48년 간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자리해온 법원·검찰청이 이르면 2024년 연호공공주택지구로 옮겨가는 것이 확정됨에 따라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 이 터는 국내 주요 금융회사 지점과 호텔 등이 밀집해 이른바 '대구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범어네거리 인근 상업 중심지여서 의미와 가치가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구의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서 기대감이 더해지는 가운데, 후적지 개발 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24년 연호공공주택지구 이전 예정
대구 법원·검찰청 이전은 15년간 지지부진해온 숙원사업이다. 2005년 처음 공론화된 이후 논의 중단과 재개를 거듭해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청사 이전 얘기가 나온 데에는 건물 노후화 문제가 가장 크다. 1973년에 지어진 대구법원 청사는 50년 가까이 사용돼오면서 노후에 따른 안전 문제는 물론, 재판 공간 및 주차 공간 부족, 보안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10여년 간 끌어오던 청사 이전 문제가 윤곽을 드러낸 것은 2년 전. 이전 대상지로 수성구 연호동·이천동 일대의 연호공공주택지구가 낙점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연호공공주택지구의 택지개발사업은 2023년 말 마무리돼, 2024년에는 법원·검찰청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을 이끄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르면 올해 말 지구계획 승인이 나고, 내년부터 신청사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H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연호공공주택지구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를 거쳤으며, 내달 중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통합 심의를 거쳐 오는 12월 지구계획 승인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도 지난해 신청사 건축위원회를 꾸리고 청사 디자인 등 전반적인 논의를 할 준비를 마쳤다. 다만 부지 등 뚜렷하게 확정된 것이 없어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대구고법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후적지 활용, 공공성 확보 전제로"
법원·검찰청 후적지 터는 청사와 주차장, 도로를 합해 전체 연면적이 4만6천699㎡(1만4천126평) 규모에 이른다.
2019년 기준 공시지가는 408만원으로, 청사 부지(2만9683㎡)만 공시지가로 1천212억2천500만원에 달한다. 때문에 이전이 결정된 이후 후적지 활용방안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기돼왔다.
수성구청 등에 따르면 시유지인 청사 주차장 일부(2천170㎡)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유지여서, 청사 이전이 끝나면 기획재정부로 관리·소유권이 넘어간다. 1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법원 이전 비용을 마련하고자 기재부가 이전터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예단하기엔 이르다. 대구시는 시와 해당 구청의 협의 없이는 공공청사 후적지 개발사업 진행이 불가능하기에, 최대한 공공성 확보 등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창엽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시간이 좀 남았고 시유지가 아니기 때문에 우선 기본적으로 꼭 필요한 도입 기능, 공공성 확보 등 큰 틀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정리해놓을 것"이라며 "향후 이전 시기가 되면 국유재산에 대한 토지개발사업 등 기재부가 최소한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해서 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 확보가 안 되는 경우 협의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시가 가진 유일한 카드인 셈"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국유지라고해서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검찰청을 품고 있는 수성구청도 후적지 개발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동시에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을 유치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에 선정되면 국비 지원을 받아 개발할 수 있다.
국유재산 선도사업은 시설 이전에 따른 대규모 유휴 국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 개발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1만㎡ 이상 국유재산 중 기존 시설 이전이 완료됐거나 이전이 예정된 곳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수성구청은 지난해 첫 사업대상지로 선정된 전국 11곳의 사례를 참고할 계획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사례는 대구처럼 전주지법과 전주지검이 이전한 후적지 2만6천㎡ 개발안이다.
전주시는 앞서 전주지법과 전주지검 이전이 확정되면서, 지난해 1월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을 신청하는 등 준비를 서둘렀다. 같은해 12월 이들 기관이 덕진동에서 만성동으로 옮겨가자 국비를 지원 받아 곧바로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 전시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개발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이전하고난 자리에 어떤 시설이 들어섰으면 하는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임시기구를 만들고, 그를 토대로 사업을 건의하려 한다"며 "전주처럼 유사한 지역 사례를 연구해 파급력이 큰 기관이나 사업 유치를 꾀하고자 한다"고 했다.
◆"민간 개발 대신 공공성 확보하는 방향 바람직"
전문가들도 법원·검찰청 후적지 개발에 있어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권용일 대구한의대 교수(힐링산업학부)는 "이전이 확정된 이상 공공성을 지키는 선에서 개발될 필요가 있다. 무작정 민간 개발에 맡겨지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성이라 함은 꼭 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일반 시민이 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며 "예를 들어 부지 일부를 활용해 동대구로에서 범어공원까지 녹지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공공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도심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차공간 확보도 놓쳐선 안 될 사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성용 대구대 교수(부동산·지적학과)는 "고저차가 심한 법원·검찰청 부지 일대의 지형적 특성을 이용해, 도심에 부족한 공영주차공간을 기본적으로 확보한 상태에서 개발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동대구로의 교통 혼잡문제를 해소하면 보행거리로서의 기능도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공공청사의 경우 이전과 동시에 후적지 개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심 속 빈 터는 주변 지역 낙후 가속화를 불러오기에, 한발 앞서서 도시 공간구조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정성용 교수는 "법원·검찰청뿐 아니라 대구시청사 등도 이전과 동시에 후적지 개발이 고려돼야 한다"며 "핵심 기능이 빠져나가고난 뒤 개발까지의 기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예고된 대구의 공간구조 혁신을 앞두고 대구시가 도시계획전략을 전반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대구의 새로운 발전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지 연구하는 한편, 동시에 이들 공간을 유기적으로 묶어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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