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의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한 가운데 중동에서도 이를 계기로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가 재조명되고 있다.
9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랍 국가에선 인종이나 피부 색깔에 따른 차별이 만연하며, 일부 유명인사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미국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에 대해 지지를 나타낸 것을 계기로 이들 국가 내 인종차별주의 문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흑인 모델이자 미용 관련 영상 블로그를 운영하는 아비르 신더는 최근 자신의 계정에 그동안 자신이 듣던 인종차별적 표현 일부를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자신보다 피부색이 밝은 남편을 가리켜 "너희 남편이 맞느냐"라든가 "어떻게 이 일을 구했느냐"는 질문부터 "(당신은) 흑인이지만 예쁘다. 알라에게 가호를" 같은 모욕적인 표현이 가득했다.
아랍국가에서 인종차별주의를 체감할 수 있는 정점은 '카팔라'라고 불리는 근로계약 제도에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는 현지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거주지부터 운명까지 모두 고용주의 손에 달려있어 임금 체불이나 가혹한 근로조건, 성적인 학대 행위가 자주 발생한다. 카팔라 제도의 희생자는 가나,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온 노동자까지 광범위하다.
지난달 말 하와라는 이름의 에티오피아 가정부는 레바논 고용주의 구타를 견디다 못해 가까스로 도망쳤다. 그는 1년간 월급도 받지 못했다며 탈출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국가에서 오랜 기간 논란이 된 카팔라 제도의 문제점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매개로 공론화됐다고 WP는 전했다. 아야 마즈주브 휴먼라이츠워치(HRW) 레바논 담당 연구원은 "(BLM 운동으로) 사람들은 이제 이주 노동자 학대가 소수의 나쁜 고용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2류 인간으로 대우하도록 조장하는 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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