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도 노론 한번 돼 봤으면 좋겠소." "여당 의원을 꼭 하고 싶다."
앞은 조선의 집권 당파 노론이 득세하던 시절, 야당의 남인 고을 경상도 성주 한개마을 출신으로 공조 판서(장관)까지도 지냈던 이원조가 1865년 신년 들어 포부로 밝혔다는 속마음이다.
뒤는 그로부터 155년이 지난 2020년 6월, 기획재정부 차관(조선 호조 참판)을 지내고 야당 도시 경상도 김천에서 2018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 뒤 올 4월 총선에서 재선된 송언석 의원의 발언이다.
100년 넘는 시차로 두 사람의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런 말에는 분명 어떤 공통점이 느껴진다. 바로 집권 세력과 다른 당색(黨色)에 따른 불이익과 차별의 경험이나, 어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힘과 이를 뒷받침할 조직 그리고 인적·물적 자원의 부족 등이 아니었을까.
두 사람 모두 나랏일 추진에 필요한 자질, 경륜 등은 지난 경력이 이미 증명한다. 그럼에도 굳이 지배 당파인 노론이 되고 싶다는 소회를 밝히고, 여당 소속 국회의원의 꿈을 말한 까닭은 당파가 달라 일을 추진하면서 만난 현실적인 차별과 벽을 뼈저리게 느낀 때문이리라.
최근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말이 많다. 이를 보면 사람이 자원인 한국에서 능력과 관계없이 같은 당파 또는 부류라는 이유만으로 나랏일을 주무르는 자리에 오르고 이를 위해 권력이 동원되는 현상은 전제 군주 왕조시대나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절 구분할 것 없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닌 고질과도 같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물을 쓰는 권력자나 그럴 만한 자격이 되는지 아닌지 스스로 엄격히 따지지도 않고 다만 '자리와 감투'에 눈이 멀어 덥석 받아들인 사람, 둘 모두 도긴개긴이나 다름없다. 이러고도 사람이 재산이라고,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을 어찌 감히 내세울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책에서 배운 고구려 을파소 같은 명재상을 추천한 사람과 그 추천을 수용한 왕의 이야기는 과연 역사에 남을 만하다. 왕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뿌리치고 대신 촌구석에 묻힌 을파소를 천거한 '안류', 이를 받아들인 고국천왕, 멋진 정책을 편 을파소, 이런 삼박자 인사 사례를 남긴 고구려가 빛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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