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의 기술은 거위의 비명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깃털을 많이 뽑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가 남긴 말이다. 이는 세금을 반길 사람은 없기 때문에(영국 총리 처칠도 "이 세상에 좋은 세금 따위는 없다"고 했다) 세수를 늘리려면 국민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속임수를 써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다음 해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이 말을 인용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이유다. 조 수석은 개편안이 '증세'라는 비판을 반박하며 "거위에게서 고통 없이 털을 뽑는 방식으로 해보려고 한 게 이번 세법 개정안의 정신"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았다.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신용카드 공제 폐지 등으로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고통 없이 털을 뽑는 게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콜베르의 말은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과세란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세입을 확보하는 기술'이란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거위가 비명을 최대한 적게 지르게 하면서"는 '증세에 앞서 납세자의 고통을 줄이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해석하든 '거위털 뽑기'는 과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당연시한다. 고통스럽게 뽑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를 원천 부정하는 주장도 있다. 19세기 미국의 자유 지상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인 라이샌더 스푸너가 대표적이다. 그는 "동의 없는 과세는 강탈"이라고 했다. 헌법은 자발적 납세를 당연시하지만 헌법은 국민 개개인이 서명하지 않은, 소수만의 권리 문서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논거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동의 없는 과세는 강탈"이란 언명 자체만큼은 문재인 정부의 비이성적 부동산 정책으로 고통받는 지금 우리에게 큰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목적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집을 사지도 살지도 팔지도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각오하라고 한다. 범보다 무서운 가정(苛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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