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전쟁의 영웅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등재돼 있기도 한 군인 출신 백선엽 씨가 별세했다. 향년 100세.
고인은 10일 오후 11시 4분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6·25 전쟁 때 경북 칠곡 낙동강 전선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 승리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내가 앞장 서서 싸우겠다. 만약 내가 후퇴하면 나를 먼저 쏴라"며 도망치는 장병들을 막았던 일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게 그대로 고인의 대표 저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의 제목이 됐다.
다부동 전투 승리 덕분에 국군과 UN(유엔)군은 낙동강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인천상륙작전도 꾀할 수 있었다.
또한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할 당시 고인이 빠른 행군을 독려, 미군보다 먼저 국군이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를 꽂는데 기여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어 6·25 전쟁 휴전회담의 한국 대표도 맡는 등 전쟁의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적 현장에 잇따라 섰다.

▶그러면서도, 국군에 앞서 간도특설대 등에 복무한 전력 때문에 친일반민족행위자(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발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 등재)로 등재돼 있는 등 한국 현대사의 명과 암을 함께 지닌 논란의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을 토벌한 '백야사' 사령관 이력도 갖고 있는데, 백야사에 의한 민간인 피해는 아직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당사자가 사망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는 더욱 요원해졌다.

▶1920년 11월 23일 평안남도 강서군(현 남포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사범학교 졸업 후 교사로 일했으나 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일제 괴뢰국가인 만주국의 봉천군관학교로 진학했다. 이후 간도특설대에서 1943년부터 3년간 복무했다.
그러다 월남, 국방경비대에 입대한 것을 시작으로 국군으로 복무했다. 6·25 전쟁 때는 전쟁 기간 중 초고속 진급을 거듭하며 32세의 나이에 국군 최초 4성(★★★★, 대장) 장군으로 진급했고, 전쟁 전후로 육군참모총장을 2차례나 맡은 이력을 자랑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도 회자된다. 남로당 전력 때문에 체포돼 사형을 구형 받았으나 무기징역이 선고된 박정희에 대한 보증을 주도해 석방을 도운 것은 물론, 6·25 전쟁을 계기로 다시 군인으로 복무한 박정희를 장군으로까지 진급시켰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69~1971년 교통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고인(1920년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1917년생)보다는 나이가 3살 적다. 6·25 전쟁 때 빠르게 진급한 까닭에 박정희에 대한 인사권자가 될 수 있었다.
고인은 군인으로는 합동참모의장을 끝으로 1960년 5월 31일 예편했다. 이후 박정희 정권 시기를 중심으로, 중국·프랑스·캐나다 등 대사관의 대사 직을 두루 역임했고, 앞서 언급한 교통부 장관을 거쳐 충주비료·호남비료·한국종합화학·한국에타놀 등 기업의 사장 자리도 여럿 맡았다. 국토통일원과 한국후지쯔의 고문을 지냈고, 주한 미8군 명예 사령관 이력도 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7시.
장지는 그간 '친일반민족행위자는 묻힐 수 없다, 다시 파내야 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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