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격다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른바 7·10대책이 특히 그렇다. 정부는 3주택 이상의 경우 취득세율은 최고 12배로, 종합부동산세율은 2배 혹은 거의 2배로, 양도세 최고 세율은 최고 20%포인트를 한꺼번에 인상하기로 했다. 부동산을 사고, 팔고, 보유하는 모든 단계의 세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것이다. 주택 임대사업자 혜택을 소급해서 없앤다는 대책도 나왔다. 법치주의와 예측 가능성 무시 등 세계 10위권 나라의 정책이라고 믿기 어렵게 거칠다. 국민에 대한 징벌이나 화풀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다주택 공직자의 집 팔기 강요 역시 우격다짐이다. 가뜩이나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한 마당이다. '반포 말고 청주' '아니 반포까지'로 이어진 블랙 코미디는 정부 정책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일단 정부의 조급함을 이해하려 해본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정부 정책은 백약이 무효다. 정책 발표 때마다 집값이 오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 중이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문 대통령의 공언이 역풍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여권에 비상이 걸린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 해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문제가 많다. 22번째인지 5번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6·17대책 발표 한 달도 되지 않아 새로운 정책이 나온 사실 자체가 이전의 정책이 모두 실패했음을 방증한다. 과거의 문제점을 반추하지 않은 채 서둘러 내놓는 정책은 실패를 예정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일차적 관점은 규제 강화이다. 지난 2017년 6월 19일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부터 규제 정책이다.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민간택지 전매 제한 강화, 조정대상지역 대출 강화 등이 내용이었다.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기존 규제책을 강화하는 8·2대책,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용이하게 한 9·5조치 등이 이어졌다. 주택 관련 대출 규제인 10·24대책도 나왔다. 정책의 실효성은 논외로 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이 주는 신호만은 분명했다. 앞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집 사기가 어려워질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수요 공급의 원리상 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인사 실패도 한몫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기용부터 실책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한 과거 동료에게 문 대통령이 개인적 명예 회복의 기회를 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역량의 한계가 명확했지만 모두가 상처를 입은 뒤에야 물러나게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긴급 호출을 통해 특별 지시를 내려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누구에겐가 화난 표정으로 5번째 정책을 스스로 발표한다. 정치인 장관의 강점도 있지만 그 단점도 분명하다. 정책 실패의 원인을 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리는 '정무적 감각' 때문이다. 현 정부는 전 정권과 달리 "부동산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민생 자체의 해결이 아니라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한 민주화 투쟁식 정책의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난 게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과 다른 지역 사이의 격차를 부채질한다. 집값이 오른 지역 주민 역시 불편하다. 시세 차익을 손에 쥔 것도 아닌데 세금만 다락같이 오른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보유세 강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거위가 비명을 지르게 해서는 깃털을 뽑기 어렵다. 우선 실패를 실패로 인정해야 길이 열리는 법이다. 현재의 진용을 그대로 둔 채 규제와 징벌적 세금 강화 일변도로는 해결책이 보일 리 만무하다. 부동산 자체에만 관심을 두어서도 안 된다. 지역 균형발전, 일자리 정책, 교육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정책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투쟁식 정책, 국민과 싸우는 정책, 국민을 벌하려는 정책은 실패가 예정된 정책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공약'임을 내세워 무리하게 밀고 나가는 다른 정책 역시 다시 돌아볼 수 있다면 부동산 정책 실패의 교훈은 쓴 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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