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체크하시고 명부 작성 뒤 입장하시면 됩니다."
13일 오전 경북 안동시 한 목욕탕 입구. 계산대에 직원의 안내말을 들은 주민들은 혼자말로 불편함을 호소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흔한 풍경이지만 다소 번거롭고 자신의 인적을 남겨야 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까지 들기 때문이다.
주부 변모(57) 씨는 "매일 다니는 목욕탕인데 매번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며 "내 인적을 남기는 것도 남이 볼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목용탕에는 입장객과 직원이 실랑이를 벌였다.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야 한다는 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손님이 그냥 목욕탕으로 진입하려다 저지당했기 때문이다.
손님 권모(34) 씨는 "어차피 목욕탕 들어가면 (마스크를) 벗을꺼라서 차에 두고 내렸다"며 "이렇게 엄격하게 지키는 줄 몰랐고 내 행동에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 방문 시 발열체크와 출입명부 작성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혹시모를 일상의 전염을 막기 위해 이들 업소에서는 방역과 함께 입장 메뉴얼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의 목욕탕 문화까지 바꿔놓았다. 이렇게 변화된 문화는 목욕탕 안에서도 두드러졌다.
10일 오후 청송 솔기온천 입구에는 자동 체온측정기가 설치돼 입장객은 모두 전신 거울을 보듯 측정기 앞에 선 뒤 "정상입니다"라는 음성이 들려야 입장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입장객은 탈의를 한 뒤 탕보다는 개인만 쓸 수 있는 샤워부스로 갔다. 보통 남탕은 수건과 샤워타올이 제공되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위생에 민감한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개인 물품을 따로 준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재사용되는 공용품의 사용이 줄어들고 일회용품 등의 사용이 늘고 있다고 온천 관계자가 설명했다.
탕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사람이 없는 경우만 몸을 담갔다가 사람이 들어오면 탕을 나오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접촉을 피했다. 밀폐된 공간인 사우나는 지인일 경우만 2, 3명 함께 사용하고 웬만하면 한두명이 쓰는 정도였다. 목욕 세신사는 불가피하게 손님들과 접촉이 되기 때문에 대화를 피하고 사용한 공간은 청소와 소독으로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목욕 이후 풍경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소독되지 않은 빗 등은 아예 손을 대지 않았고 헤어드라기도 손잡이 부분을 수건으로 덧대서 잡거나 닦아낸 뒤 잡는 경우가 많았다. 옷을 입으면서 자연스레 마스크를 착용했고 될 수 있으면 닫힌 공간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했다. 흡연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김재원 청송 주왕산 관광호텔 & 솔기온천 총지배인은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고 이용자의 심리와 행동 등을 고려해 코로나 전후 운영 시스템은 많은 변화가 있다"며 "이용객의 시민 의식이 높아지고 시설의 방역시스템이 갖춰져 감염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손님이 회복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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