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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항 송도해수욕장 '복원용 모래' 부산서 불법거래

포항시 재산이지만 시와 감리단은 "몰랐다"… 공사 중지 후 현황 파악 중

불법 조성된 보관장소에 들어온 모래더미. 모래를 실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 과정에서 뿌렸던 물이 마르지 않아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박승혁 기자
불법 조성된 보관장소에 들어온 모래더미. 모래를 실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 과정에서 뿌렸던 물이 마르지 않아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박승혁 기자

경북 포항시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을 메워야 할 모래 상당 부분이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빼돌려지고 있다. 포항시가 모래 사용처를 송도해수욕장 복원으로 명시한 상황에서 이뤄진 불법행위여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매일신문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9일까지 현장을 확인한 결과 폐교된 포항중앙초등학교 자리에 조성 중인 '북구청 신청사 건립' 현장에서 나온 수천 t의 모래는 송도해수욕장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몰래 팔려 나갔다. 또 옛 포항 북구청 자리에 추진 중인 '청소년 문화의 집 건립공사' 현장에서 나온 모래도 외부에서 거래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두 사업 모두 '중앙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일환이다. 포항시는 해당 공사장에서 발생한 모래를 인근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복원 등 공공사업에 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공유재산을 개인이 팔아 이득을 챙기는 불법 거래는 업무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감리도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 모래를 실은 트럭은 송도해수욕장 방면과 흥해읍·청하면에 마련된 2곳의 지정사토장, 임의로 불법 조성된 사토장으로 옮겨졌다.

이곳 모래는 전량 송도해수욕장과 형산강수상레저타운, 영일만산업단지, 일월문화공원 등으로 가야 했지만 시공사는 돈벌이를 위해 타 지역에 팔아치웠다.

포항시 중앙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인 청소년 문화의 집 건립 공사에서 나온 모래를 보관하기 위해 조성한 북구 청하면 지정사토장. 이곳 모래는 송도해수욕장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박승혁 기자
포항시 중앙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인 청소년 문화의 집 건립 공사에서 나온 모래를 보관하기 위해 조성한 북구 청하면 지정사토장. 이곳 모래는 송도해수욕장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박승혁 기자

육상골재 가격이 상당히 오른데다 이곳 모래가 양질이어서 25t트럭 기준으로 거래가는 50만원을 호가했다. 또 부산 등지에서는 포항보다 먼 울진까지 모래를 구하려 오가기 때문에 포항 모래는 더욱 인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모래운반이 시작된 이후 모두 8만8천t이 실려 나갔다. 이 가운데 부산 기장군 한 골재 도소매업체에 팔려 나간 모래양만 25t 트럭 300대가량(1억5천만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모래를 옮긴 트럭 운전사는 "공공기관 건설현장에서 공짜로 얻은 모래를 팔면 운반비를 제외하고는 고스란히 시공사 주머니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기장군에 다녀온 차량이 최소 300대는 넘는 것으로 안다. 해당 업체에서는 모래를 곱게 쳐 레미콘 공장이나 오수관거 공사현장에 판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포항시는 이 같은 사실을 감리단으로부터 뒤늦게 보고 받고 지난 10일 공사 중지 등 조치를 취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사 시작 전부터 해당 모래는 송도백사장 복원사업에 사용할 예정인 만큼 철저히 관리해달라는 공문을 감리단에 여러 차례 보냈다. 시공사에도 주지시켰다. 현장에서 불법 사실 일부를 확인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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