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남학호 화업 40년전’

남학호 작
남학호 작 '石心'

한국화가 남학호는 30여년을 돌(石)에 천착해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무생물인 돌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그 자리에 붙박여 천년 만년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는 돌도 있고, 물에 씻기고 바람에 마모되면서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모습의 세월을 품은 돌도 있다.

"수많은 돌 중에서 같은 모양을 한 돌은 없다. 둥글둥글하고 매끄러운 표면은 살이 깎이는 고통을 견딘 인내이자 상흔이다. 세상 풍파에 시달리며 살아온 제 인생과 꼭 닯은 것 같다. 세월을 품은 돌에서 저의 인생을 반추해봅니다."

남 작가는 돌을 그냥 보이는대로 그리지 않는다. 무심한 돌에 하트 모양이나 나비를 그려 생명을 불어 놓는다. 그리고 염원을 새긴다. 이런 작업을 30여년을 해왔다.

이런 남 작가에 대해 이태수 시인은 "남 작가의 조약돌(몽돌) 그림은 서정시를 방불케 한다. 서정시가 대상의 재현보다는 자기표현에 무게를 싣듯이 그의 그림은 극사실적인 묘사에 뿌리를 두면서도 선택된 대상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주관적인 경험과 내적 세계의 표현으로 심상풍경을 떠올리는 암시성이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세월을 품은 돌을 화폭에 담아내는 남 작가의 작업은 수행에 가깝다. 미세한 차이를 극사실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1천호에 이르는 대작은 제작에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조약돌은 작은 우주입니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조약돌엔 인생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거칠고 모난 돌은 구르고 굴러 가장 낮은 곳에 다다르면 처음과는 다른 사랑받는 대상으로 변합니다."

화업 40년을 맞은 남학호 작가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업 40년을 맞은 남학호 작가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남 작가는 작업 방식에 변화를 줬다.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하던 방식에서 조약돌을 가져와 작업실에서 구도를 잡고 생명을 불어 넣는다. 정물화 기법이다. "산이나 바다를 옮길 수는 없지만 조약돌은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했는데, 구도와 빛을 조절할 수 있어 작업이 훨씬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남학호 화업 40년전'이란 제목으로 21일(화)부터 26일(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남 작가는 100호 이상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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