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최초의 국가 하(夏)를 세운 우(禹)는 치수(治水)에 성공한 덕분에 임금에 올랐다. 그의 성공은 역설적이게도 아버지 곤(鯀)의 실패가 밑바탕이 됐다. 곤은 요 임금 명을 받아 치수를 맡았으나 9년이 지나도록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를 거듭한 원인은 치수 방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곤은 강둑이 터지는 대로 막아 나갔다. 큰비가 오면 강둑을 더 높이는 것이 그가 한 치수법이었다. 하지만 백성들만 수고롭게 할 뿐이었고 홍수가 나면 강둑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곤은 치수 실패로 단죄돼 우산으로 추방돼 그곳에서 죽었다.
농경시대 최고의 민생이 치수였다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민생은 부동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까지 했다. 치수에 실패한 곤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빼닮았다. 공급 대책은 등한히 한 채 규제 위주의 대책을 22번이나 남발한 김 장관, 수로를 따로 파서 홍수가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지 않고 강둑만 높인 곤.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치중한 것이 똑같다. 집값 폭등을 불러와 국민에게 고통을 준 김 장관의 죄는 곤보다 가볍지 않다.
야당은 물론 여권 일부에서 김 장관에 대해 교체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부동산 문제를 인사보다는 정책을 보완·강화하는 쪽으로 풀겠다는 것이다. 교체되지 않으면 2개월 뒤 김 장관은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꼴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벌어지는데도 문 대통령이 김 장관을 경질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떠오른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주문하면서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경제부총리 패싱론'이 나온 것은 물론 김 장관의 경제부총리 또는 국무총리 영전설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에게 김 장관은 조 전 장관과 동급(同級)인 것 같다.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장관을 내치지 못한 뒷감당은 오로지 문 대통령이 져야 한다. 제갈량은 울면서 마속(馬謖)의 목을 베 군율을 세우고 평등·공정·정의를 실천했다. 읍참마속을 못 하는 것도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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