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앞서 전직 비서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이 박 전 시장 측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전 시장)에게 모종의 경로로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의 직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고 주장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문제다. 박 전 시장에게 증거인멸 시간을 벌게 해 주는 것에 머물지 않는, 국가 공권력의 사유화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공식 보고 절차에 따라 고소 접수 당일 오후 경찰청에 전달했고 경찰청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구두 보고했다. 대통령령인 청와대 비서실 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일 박 전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 관계자들과 대책 회의도 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이 고소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추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 추론이 맞는다면 어떤 경로로 박 전 시장이 고소 사실을 알게 됐는지 규명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과 청와대 모두 유출을 부인한다. 경찰청과 서울시청은 같은 보고 라인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청에서 새어 나갔을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하지만 예단할 수 없다. 고소 사건 관련 업무에 관계된 서울경찰청 또는 경찰청 내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박 전 시장에 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도 아니라면, 피해 여성 측이 박 전 시장 측에 고소 사실을 전한 적은 일절 없다고 확인한 만큼 남은 것은 청와대다. 그래서 청와대가 박 전 시장에게 직접 전했거나 여권을 거쳐 박 전 시장에게 유출됐을 것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여러 가능성 중 어떤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경찰청이든 청와대든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만 조사해도 진실은 금방 드러날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