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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동산·맛있재] 대구 학군 라이벌, '달서구' vs '수성구' 승자는?

집 값 형성에 큰 요소 중 하나인 중·고등학교 학군
2030세대 실수요자들 "학군 강세 아파트 비싸서 엄두도 못 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와 '학세권'(학원가를 끼고 있는 아파트) 등의 부동산 신조어가 말해주듯 교육 환경은 국내 주택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매일신문 디지털국 '맛동산·맛있재(맛있는 부동산, 맛있는 재테크)' 는 지난주 초등학교 학군에 이어 이번 영상에서는 대구지역 중·고등학교 학군을 파헤쳐봤다.

◆ 수요 끊이지 않는 우수학교·학원·집 삼각편대

주택 매수자가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자녀의 교육 환경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전한 통학 환경을 주요 쟁점으로 다룬 '초품아' 이슈와 달리 중·고등학교는 우수한 진학 실적이 학부모들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대구지역 중학교 배정은 주소지와 근거리 순으로 50%·희망·추첨으로 50%로 정원을 채운다. 고등학교는 대구 전체에서 지원 가능한 1단계 (학교별 정원 50%), 학군별로 지원하는 2단계 (학교별 정원 10%) 3단계는 이른바 '강제 배정'으로 불린다.

학교 별 정원이 한정적인 탓에 복불복 배정 논란도 일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상당수 확률로 집 근처 학교에 배정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면서 인기 학교 주위 주택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학원은 우수 학교와 함께 항상 따라다니는 세트 메뉴같은 존재다. 수시 대입이 대세인 현재 입시상황에서 내신성적, 논술, 대외활동 등도 학교 수업만으로는 의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큰 탓이다. 특히 학습과 생활, 시간 배분을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고등학생·수험생들에게는 우수학교·학원밀집지역·거주지가 근거리에 위치한 것이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구지역 학원밀집지역은 도시철도 2호선 수성구청역과 담티역, 달구벌대로 사이 형성된 수성구 학원가와, 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과 상인역 월배로를 따라 신월성 지역에 형성된 달서구 학원가가 손에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대구시 구·군 중 일반 교습학원 수와 종사자수가 가장 많은 3개 구는 달서구, 수성구, 북구다. ▷달서구 (1천133개 교습학원 종사자 3천785명), ▷수성구 (1천118개 교습학원 종사자 2천954명) ▷북구 (761개 교습학원 종사자 2천73명) 순이었다. 수성구의 인구가 3개 구 중에서 가장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수성구에 상당히 많은 학원들이 집중된 셈이다.

그러나 우수 학교와 학원을 가까이 낀 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정적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 선호 학교 입학·전학을 위한 위장전입이 끊이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대구시교육청 위장전입 적발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적발된 위장전입 건수는 해마다 증가했다. 모두 148건 중 수성구 위장전입이 112건으로 75.6%를 차지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모두 수성구에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 학세권 인프라 강한 달서구·수성구, 고교는 수성구가 강세

2030세대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달서구, 수성구 두 자치구 모두 초·중학교와 학원 접근성은 큰 차이가 없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차이를 보인다는 반응이 크다. 비(非)서울 최고 학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수성구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학군 강세지역이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은 대구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입실적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교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했던 인터넷청약 사이트 '아파트투유'가 조사한 2017년·2018년 전국 고교별 서울대·카이스트 입학 학생 통계자료를 보면 수성구 지역 고등학교 대입실적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투유' 통계에 따르면 수성구는 2년 동안 10개 학교 (대구과학고, 경신고, 대륜고, 대구여고, 남산고, 정화여고, 경북고, 덕원고, 능인고, 시지고)에서 85명이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입학한 반면 달서구는 7개 학교 (대구외국어고등학교, 경원고, 대건고, 상인고, 상원고, 영남고, 대곡고)에서 23명이 입학을 했다.

◆ 2030 실수요자들 '상대적 박탈감' 호소

아직 자녀가 없거나 어린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는 상대적 박탈감이 높았다.

최근 달성군 아파트를 매수한 A(30) 씨는 "현실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아파트가 달성군 밖에 없다"며 "달서구·수성구가 학군이 탄탄한 것을 잘 알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 한도 내 대출을 최대치로 받아 집을 산다는 부동산 신조어)해도 도저히 진입할 수 없을 만큼 비싸더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집 주위에 초·중학교는 있지만 일반계 고등학교가 아직 없다"며 "신혼부부들이 많이 터를 잡고 있으니 나중에는 학교도 신설되고 학군도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수성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는 B(29) 씨는 1년 전 경북 경산시에서 수성구로 거처를 옮겼다. 친정과 가깝고 또 같은 시기에 육아를 하고 있는 동네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B씨는 "딸이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하물며 어린이집도 수성구가 교육 프로그램도 좋고 학부모들 커뮤니티가 잘 돼 있다"며 "아이 초등학교 입학도 여기서 시키고 싶지만 8~9억을 호가하는 집값에 매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타구로 옮길지 수성구 내에서 계속 전세로 옮겨 다녀야 할지 남편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맛동산·맛있재'(맛있는 부동산 맛있는 재테크)는 나름의 방법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매일신문 이주형 기자(무열이)가 부동산에 처음 접근하는 20·30세대 사회 초년생 및 신혼부부들을 위해 주택 매매 전 알아야 할 사안·경험담을 공유하는 매일신문 디지털국 영상코너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로서 동년배의 시청자 여러분들께 나선 것이 아닙니다. 내 집 마련 관련 현실적인 문제들을 같이 나누자는 취지입니다. 시청자께서 궁금한 사안이 있다면 언제든 제보·문의 부탁 드리겠습니다. 마음을 담아 대신 취재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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