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에 대한 2차 가해와 막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부 친여 성향 지지자들이 시작한 피해 여성 조롱 퍼레이드가 검사, 방송 진행자, 정치인 등의 가세로 브레이크 풀린 양상이다. 발언 내용을 봐도 표현의 자유라 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인 데다, 성추문 사건마저 진영 논리로 접근해 여론전을 편다는 저의가 의심된다는 점에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이동형 YTN 라디오 진행자는 유튜브 방송에서 "피고소인은 인생이 끝났는데 숨어서 뭐하는 것인가"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서울시가 만든 케이블 채널 TBS의 박지희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4년 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 너무 궁금하다"며 피해 여성을 비난했다. 두 사람은 팟캐스트와 유튜브에 함께 출연하며 친여 성향의 논리를 설파해왔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공중파에까지 진출했다.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 검사는 "서울시장과 팔짱 끼고 사진 찍었으니 나도 성추행범이다. 자수하겠다"라는 글을 SNS에 포스팅하면서 "박원순이 성범죄자면 비서와 결혼한 빌 게이츠도 성범죄자"라고 비꼬았다. 박 전 시장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순신 장군도 관노(官奴)와 잠자리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여론 뭇매를 맞았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금도는 엄연히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신 공격과 조롱 등 2차 가해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기본적 사회규범이고 상식이다. 미래통합당 정원석 비대위원이 공식 회의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을 '섹스 스캔들'로 표현한 것도 몰상식하기 짝이 없다. 박 전 시장은 물론이고 피해 여성의 명예마저 심각히 훼손하는 발언이라서 그렇다.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는 또 다른 폭력이다. 사건을 정쟁화시켜 여론전을 펼 심산으로 그랬다면 하루빨리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진상을 규명해야 할 때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불행한 일이지만 사건의 실체를 유야무야 덮는 이유일 수 없다. 특히 A씨가 경찰에 고소장을 넣은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어떻게 흘러 들어갔는지, 여기에 권력이 개입돼 있는지 여부 등은 박 전 시장에 대한 공소권 없음과 별개로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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