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고(故) 최숙현 선수의 피해 호소를 외면하고 실업팀을 부실하게 운영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는 지난 2월 팀 내 폭행 사실을 알렸으나 경주시는 이를 정식 민원으로 접수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경북도 특별감사 결과 확인됐다.
19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 선수 아버지는 지난 2월 6일 경주시 체육진흥과를 찾아 훈련 중 가혹행위 등을 당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조치를 호소했다. 경주시는 1주일쯤 뒤 최 선수와 같은 시기 활동한 선수 4명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했고, 2명에게서 "폭행이 있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 선수도 3월 4일 자필 진술서를 해당 부서에 우편으로 보내 피해 사실을 재차 알렸다.
그러나 경주시는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4개월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코로나19로 해외전지 훈련 귀국이 3월 말로 늦어진데다 귀국 이후 14일 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격리 해제 시점엔 이미 경찰 조사가 시작돼 결과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최 선수가) 경주시의 소극적 태도에 상심해 3월에 고소를 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경주시는 특히 최 선수 아버지의 피해 호소를 정식 민원으로 접수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최 선수가 숨지기 보름 전인 지난달 11일 열린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당시에도 필수자료인 부서별 민원처리 현황에서 해당 민원을 누락시켰다. "경주시의 직무유기"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시민은 "2월에 폭행 사실을 확인한 경주시가 제대로 대처했다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테고,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포함돼 있었다면 시의회에서 이를 문제 삼지 않았겠느냐"며 "두 차례 기회를 날린 경주시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별감사를 벌인 경북도는 경주시의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부적정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점 ▷실업팀 업무를 경주시체육회에 위탁하면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 ▷시의회 동의 없이 체육회에 위탁한 점 ▷지난해 '직장운동경기부 (성)폭력 실태 조사' 업무를 시 체육회에 넘긴 점 등이 주요 내용이다.
경북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오는 22일 국회 청문회에서 경주시 측 해명 등을 지켜본 뒤 경북도가 감사 처분을 위한 후속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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