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0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황혼길/ 전보규

전보규
전보규

황혼길

곰삭혀 눌려 놔도 식지 않은 설렘이
뜸 들여 들춘 추억 옛정을 우려내어
이 빠진 장뚝배기에 늙은 속내 채운다.

주름져 거친 손을 포개어 마주 잡고
깨진 언약 조각 맞춰 애틋한 정 일깨우며
굵어진 손가락 마디 보담어서 어른다.

젊을 때 꾸던 꿈을 뼈다귀만 발레내고
물렁한 맨 살점만 김칫독에 삭혀두면
한순간 지난 세월이 빛바래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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