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의 1절 가사다. 1970년대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불렀다. 슬프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떠올릴 때마다 경각심을 준다. 이 노래가 나온 당시 배경과 상황은 특정돼 있지만 '서로 싸우다 공멸한다'는 교훈은 섬뜩하리만큼 강력하다.
군위와 의성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를 둘러싸고 3년 넘게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2017년 2월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이후 이들의 싸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대구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지난 3일 군위 우보 단독후보지에 대해 '부적합'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의성 비안과 군위 소보 공동후보지에 대해선 결정을 유예했다. 이달 31일까지 군위가 소보에 대해 유치 신청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유예기간 내 유치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공동후보지도 자동으로 '부적합'으로 결정된다.
통합신공항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대구와 경북, 나아가 일부 시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군위 설득을 위해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가 군위에 살다시피 하는가 하면 대구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제3후보지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대구 시민의 여론도 달라졌다. 군위나 의성보다 더 가까운 경북의 시군이 있음에도, 시간상, 거리상, 이동 수단상 더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절차를 존중하고 공존을 위해 목소리를 자제해 왔지만 더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대구와 인접한 경북의 다른 시군도 통합신공항 유치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군위와 의성의 공동후보지 최종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31일이면 그 결과에 따라 통합신공항은 완전히 새로운 양상과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통합신공항은 군위, 의성의 생존, 나아가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대역사인 만큼 결코 무산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제 군위와 의성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한쪽만 이기고 다른 한쪽은 지는 일도 없다. 함께 가느냐 마느냐뿐이다. 오월동주는 아니지만 둘 다 살아남기 위해선 함께 강을 건너야 한다.
통합신공항 이전부지 선정을 위한 군위 설득 방안의 하나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도 거론되고 있다. 분란과 승패의 싹을 잘라 없애고 공동의 생존을 위해 창원과 마산의 사례처럼 군위와 의성을 '공항시(군)' 등의 이름으로 행정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항 유치에 지난 4년 모든 걸 쏟아붓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눈앞에서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군민들이 받아들일 허탈감과 파장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다.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도 사라지게 된다. 혹여라도 이 때문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라도 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책임과 원망이 쏟아질 수도 있다.
최근 검찰총장의 수사권·지휘권 논란 때 만시지탄이란 사자성어가 주목을 받았다. 말 그대로 때늦은 한탄이란 뜻이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만시지탄하지 않기를, 슬픈 작은 연못이 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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