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래 5천t 혼자 어떻게 옮기나…배후설 솔솔

경북 포항 모래 불법 반출 사건 책임 두고 관계인들 공방 점입가경
일부 관계인은 사설인력까지 고용해 자기방어 나서

경북 포항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사 현장. 신동우 기자
경북 포항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사 현장. 신동우 기자

경북 포항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사현장에서 송도해수욕장으로 가야 할 모래를 외부로 불법 반출한 사건(매일신문 21일 자 9면 등)을 두고 포항시, 감리단, 공사 관계자 등이 벌이는 책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모래 운송업자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단독 범행을 주장했다. 하지만 불법 반출된 모래양이 최소 5천t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히려 여러 관계인들이 엮인 '배후설'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감리단은 모래 반출에 대한 관리감독은 잘못됐지만 운송업체의 교묘한 불법행위를 단속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감리단은 포항시의 현장조사 전까지만 해도 트럭 1대 분량 모래가 외부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고하는 등 현장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포항시는 이 사건을 인지한 순간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앞으로도 모든 의혹을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배후설에 선을 긋고 있다.

또 공사 관계자 가운데 일부는 사설 인력을 고용해 스스로 사건 정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억울하다는 것을 알리고 경찰 수사를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해당 인사는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 꼭 진실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모래의 정확한 반출양이나 운송수법, 판매지역 등에 대한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의심스럽게 보며 단독범행보다는 공모에 무게를 싣고 있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와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항에서 꽤 알려진 인물인 A씨가 '내 뒤에 높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며 "사건이 일찍 발각되지 않았더라면 모래가 얼마나 빼돌려졌을지도 모를 일인데 과연 운송업자 혼자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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