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m 부품도 프린터로 '뚝딱' 금속 3D프린터 선도기업 맥스로텍

다품종소량생산시대, 부품 금속 3D프린터로 비용·시간 절감
로봇 결합한 고출력 복합가공장비로 세계수준 경쟁력 확보

이동목 맥스로텍 R&D센터장(사진 왼쪽)이 산업용 6축 로봇을 결합한 맥스로텍의 금속 3D프린터 다보(DABO) MDR-60 모델로 3D프린팅을 시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최대 2미터 길이의 출력물을 만들 수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이동목 맥스로텍 R&D센터장(사진 왼쪽)이 산업용 6축 로봇을 결합한 맥스로텍의 금속 3D프린터 다보(DABO) MDR-60 모델로 3D프린팅을 시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최대 2미터 길이의 출력물을 만들 수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별도의 성형이나 주형 기구를 만들 필요없이 원하는 소재를 층층이 쌓아올려 물건을 만드는 3D프린터는 미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손 꼽힌다. 초기 시장을 이끈 건 플라스틱을 다루는 3D프린터였지만 최근 산업현장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건 금속 3D프린터다. 이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대구에 있다. 성서산단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및 로봇 제조사 맥스로텍이다.

맥스로텍은 각종 금속부품 제작 및 보수가 가능한 금속3D프린터 3종을 지난달 3일 선보였다. 3D 프린팅을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자 관련 기관과 협업 및 국책과제 수행을 통해 5년간 160억원을 투자해 만들어낸 역작이다.

정경욱 맥스로텍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정경욱 맥스로텍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정경욱 맥스로텍 대표이사는 "세계적으로 다수의 금속 3D 프린터 제조사가 있지만 맥스로텍이 갖는 장점은 산업용 대형부품 제작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보유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맥스로텍은 다양한 금속 3D프린팅 방법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DED'방식을 쓴다. 레이저로 금속 표면을 녹인 후 그 위에 금속 분말을 올려 층층이 쌓는 방식이다. 다른 방식보다 출력물을 크게 만들 수 있고 부분별로 다른 소재를 쓰는 '이종접합'이 가능하다.

현재도 구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맥스로텍은 조만간 획기적인 성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금속 3D프린터 시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맥스로텍의 기술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트렌드 속에서 금속을 틀에 맞춰 찍어내거나 응고시키는 금형, 주물 방식에 비해 3D프린터는 제작 기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 형상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수정도 쉽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3D프린터를 도입해 비용절감이나 제품 생산을 가속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드론 제조사는 3D프린터로 드론을 제작해 금형 비용을 90%나 절감했고 설계부터 양산까지 기간을 9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제조사 포르쉐는 이달 들어 고성능 엔진에 들어가는 고강도 피스톤을 3D프린터로 제작한다고 밝혔는데, 단조 생산 방식보다 10% 이상 무게를 줄이고 기존 방식으론 만들 수 없던 구조도 구현할 수 있어서다.

유지관리 부품 조달 수단으로서의 가능성도 돋보인다. 정 대표이사는 "3D프린터를 이용해 각종 부품을 조달하면 고장에 대비해 외국에서 한번에 대량구매하던 부품을 그때그때 찍어내 재고비용도 줄일 수 있고 돌발상황 대처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맥스로텍의 3D프린터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로봇 제조사로서의 역량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맥스로텍은 1995년 공작기계 제조사로 출발해 자동차부품과 로봇 분야로 진출, 여기서 연간 5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배경을 자랑한다.

맥스로텍의 다보(DABO) MDP-1000 금속 3D프린터 모델이 출력물을 찍어내고 있다. 5축병렬로봇(PKM)과 3D프린터를 결합해 부품을 옮기지 않고 적층, 가공, 측정을 모두 해낼 수 있다. 김윤기 기자
맥스로텍의 다보(DABO) MDP-1000 금속 3D프린터 모델이 출력물을 찍어내고 있다. 5축병렬로봇(PKM)과 3D프린터를 결합해 부품을 옮기지 않고 적층, 가공, 측정을 모두 해낼 수 있다. 김윤기 기자

특히 자사의 5축 병렬로봇(PKM)과 결합한 3D프린터 MDP-1000 모델은 전통적 기계가공용 장비 기능을 결합한 복합가공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동목 맥스로텍 R&D센터장은 "PKM은 로봇의 넓은 작동범위와 공작기계의 정밀도, 고강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여기에 3D프린터를 결합해 단일 장비에서 적층, 표면가공, 측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2㎾ 이상급 고출력 레이저에 복합가공 시스템까지 도입해 부품이 여러 장비를 오가며 쓰이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MDP-1000 금속 3D프린터 출력물. 맥스로텍 제공
MDP-1000 금속 3D프린터 출력물. 맥스로텍 제공

아울러 맥스로텍의 기존 주력 사업분야 중 하나인 '무선 갠트리 로봇'과 결합하면 항공기 날개 제조 공정과 같이 높은 정밀성을 요구하는 대형부품을 만들 수 있는 작업현장에서 활용도가 극대화될 수 있어 잠재력이 더욱 크다.

이 센터장은 "갠트리로봇은 제조현장 내 부품 이송에 쓰이는 로봇인데, 무선 갠트리로봇은 세계에서 맥스로텍과 일본업체 1곳만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따라하기 힘든 품목"이라고 부연했다.

맥스로텍은 복합가공기능을 제외하고 3D프린터만 산업용 6축 로봇과 결합한 모델도 별도로 만들었다. 이 제품은 길이 2m내의 부품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대형화에 특화시킨데다 MDP-1000 대비 3분의 1 이하로 낮춰 접근성도 높였다.

3D프린터 출시 이후 올해부터 현대자동차, 한국동서발전,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거나 이미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와 국방부도 올해 들어 3D프린팅으로 제작하는 금속 부품의 국방규격을 마련해 단종되거나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국방 부품을 3D프린터로 제작하는 방안을 이달부터 본격 추진 중이다.

정 대표이사는 이 같은 성과가 맥스로텍의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30여명의 직원 중 14명이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R&D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R&D 전담인력이 약 20종 상당의 다양한 출력 소재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쌓아 장비 및 공정 기술력을 확보한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자랑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정 대표이사는 "현재 실험 중인 맥스로텍 3D프린터 도입 성공 사례가 하나 둘 나오면 관련업계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전환점이 곧 찾아올 것으로 보고 맥스로텍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R&D를 지속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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