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상 문구 빠진 포항지진특별법 반대" 개정 촉구 집회

경북 포항지진 '피해자 의견 반영안된 시행령 거부' 시민들 거리로 나서
지진특별법 개정 요구하며 빗속 총궐기대회 펼쳐
'피해구제아닌 배·보상 확정돼야' 정부의 책임회피 질타

포항지진의 진앙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 주민들이 22일 쏟아지는 장마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과 정부의 책임있는 모습을 호소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지진의 진앙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 주민들이 22일 쏟아지는 장마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지진특별법 시행령 개정과 정부의 책임있는 모습을 호소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지진은 분명히 정부 잘못으로 벌어진 인재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피해주민들을 난민 취급하다니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22일 오전 10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로터리에 500여 명(경찰 추산)의 주민이 모여들었다. 이들의 손에는 '촉발지진 책임자 처벌' '지진 가해자 처벌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곳은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의 진앙지가 있는 동네이다. 포항지진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와도 그리 멀지 않다. 모여든 주민들 역시 피난소나 친척 집을 전전하며 지내온 사람들이다.

주민들은 "정부가 포항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참았던 울분을 토해냈다. 아침부터 쏟아진 장대비도 이들의 분노를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주민들이 흥해읍로터리 7번 국도에서 1시간가량 자신들의 주장을 외치면서 일대에 극심한 교통혼잡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포항지진이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 허가(지열발전소)로 이뤄진 인공지진으로 밝혀졌다. 지진특별법이 만들어진 지도 반년이 넘었지만 책임자 처벌이나 피해주민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시행령에도 피해주민들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피해구제 지원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쏙 빼놓은 채 삶의 터전을 통째 잃은 사람들에게 고작 몇 백만원의 푼돈을 쥐어주고 사건을 덮으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정부조사단은 지난해 3월 포항지진이 인근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포항지진특별법이 제정됐고, 피해지원 등 실질적인 세부규정을 담은 시행령이 지난 4월 1일 공표됐다. 이 시행령에 따라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지원금을 지급할 게획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피해 사실에 대한 배·보상'이 아니라 말 그대로 '피해지원금'으로 명명되자 곧바로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지진 발생의 주요 증거물인 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작업 진행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포항흥해지진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시민 의견은 전부 무시하고 주민들을 위로할 아무런 대책도 이뤄지지않았는데 증거 인멸과 책임 회피부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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