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가요?"
나는 전시장에서 종종 이 질문을 듣는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19 미술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규모는 4천482억원(거래 작품 수 3만9천367점), 1점당 평균 판매 가격이 약 1천400만원을 기록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 결과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예술 작품은 고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작품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도르 문디'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이 각각 5천억원(2017), 1천19억원(2018년)으로 판매됐다. 이들의 작품이 천문학적인 값으로 거래되는 이유는 개인의 자산 과시라는 견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작품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다 빈치의 경우 더 이상 제작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작품의 희소성은 물론 구매자의 소장 욕구가 작품의 가격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호크니의 경우 서양 전통 미술의 영향과 배경 그리고 작품의 주제와 기법이 미술사가와 대중들의 시선을 이끌었으며 그에 따라 미적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지만 별 감동이 없었다는 어느 관람객의 말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 자신의 관점이 아닌 추천에 의한 구매는 작품 소장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신진 작가의 풍경화를 구매한 적이 있다. 당시 호당가격이 5만원이 채 안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큰 감동을 전한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다. 이처럼 작품의 가격은 객관성도 있지만 구매자의 관점에 따라 매우 주관적이기도 하다.
한 논문에 의하면 작품의 가격은 크기에 따라 재료비와 노동력 그리고 작가의 필력을 기준으로 산출되며, 작품의 호수 기준표는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비례'를 근거로 정해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미술 전문가들은 작가의 나이, 경력, 재료, 크기, 미술사적인 가치, 보존 상태, 작가의 서명 여부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하여 작품의 가격을 산출한다. 이렇게 정해진 작품의 가격은 같은 크기여도 누구의 작품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도 전시장을 찾은 일부 사람들은 작품의 가격이 비싼 이유에 대해 질문하지만, 나는 작품과의 공감이 예술을 대하는 진정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작품일지라도 구매자가 느낀 감동이 크다면 작품의 가치는 굉장히 높을 것이고, 반대로 고가의 작품일지라도 전해지는 감동이 없다면 작품의 가치는 낮을 것이다. 작품의 가격을 고려할 때는 그 작품이 나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에 대한 미적 감동에 기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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