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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달구벌 유사/ 김영현 지음/ 영남대학교 출판부 펴냄  

스토리가 있는 대구 '걷기 좋은길' 소개

대구올레길 1코스인 팔공산 북지장사 가는 길에 있는 솔숲. 솔내음을 맡으며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매일신문 DB
대구올레길 1코스인 팔공산 북지장사 가는 길에 있는 솔숲. 솔내음을 맡으며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매일신문 DB
여고생들이 대구 중구 진골목 주변 국채보상운동과 관련된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보면서 걷고 있다. 매일신문 DB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이나 연인, 친지들과 함께 좀 더 길게, 좀 더 즐겁고 알차게 걸을 만한 우리 동네의 걷기 길은 없을까? '대구의 걷기 길'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이런 요구에 부응해 걷기에 필요한 인문·지리적 정보와 길에 얽힌 문화적 안목을 곁들여 걷기를 '생활체육'에서 '문화체험'으로 한단계 업 시킨 안내서이다.

◆역사·설화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엮어

이 책은 대구의 걷기 길에 얽힌 역사와 설화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재미있게 구성했다. 대구의 문화에 내재된 다양한 특성을 찾아내 콘텐츠를 만들고 스토리텔링으로 엮었다. 대구의 걷기 길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장시키는 적당한 그릇은 사기(史記)가 아니라 유사(遺事)라고 생각하고 풀어냈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사실을 기록하는 '사기'가 아닌 역사책에 기록할 수 없는 설화나 주변의 이야기를 저자의 관점으로 기록한 '유사'이다.

여고생들이 대구 중구 진골목 주변 국채보상운동과 관련된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보면서 걷고 있다. 매일신문 DB

저자가 추천하는 '좋은 걷기 길'은 안전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편리하면서도 길 주변에 얽힌 이야기가 풍부한 길이다. 이 책에는 신천과 금호강 강변길, 낙동강, 팔공산, 앞산, 비슬산, 최정산 들레길을 비롯해 대구의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걷기 길이 빠짐없이 소개돼 있다. 또 걷기 길 코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지도와 사진, 그림들이 곁들여 누구라도 이 책을 길잡이로 자기 동네의 걷기 길부터 시작해 대구 곳곳의 명품 걷기길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길을 매개로 대구를 이해하는 인문 교양서
'길'에는 건축, 교통, 종교, 자연 등 인간이 만든 다양한 문화와 삶의 양식이 담겨 있다. 그것들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문명의 지층을 이룬다. 이런 점에서 좋은 걷기 길에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함께 길에 얽힌 역사, 인물, 유적을 비롯한 풍부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걷기 길을 매개로 대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문 교양서이다. 대구의 역사와 문화, 설화, 인물, 자연환경이 길에 어떻게 담겨 있고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지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대구의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길잡이
대구의 정신과 혼이 살아있는 걷기 길을 걸으며 그 길에 담긴 자연과 역사,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긍심과 공동체의식 함양, 도시재생사업 활성화 및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책은 걷기 길에 산재되어 있는 역사, 문화, 전통, 유적, 설화,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들을 수록하여 대구의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구성했다.

대구의 걷기 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저자는 명품 걷기 길을 다듬어나가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현재의 걷기길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다.

저자는 친일파 박중양에 의해 1906년 허물어진 대구 읍성의 흔적을 따라 대구읍성 둘레길을 조성하고 각 구청마다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민족시인 이상화 기념사업을 통합해야 하며, 말 많은 순종어가길 대신 대구 정신을 올바르게 구현할 문화콘텐츠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80쪽, 1만8천원.

▷저자 김영현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30여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으며 능인중 교장을 역임했다. 1990년대에는 백두대간을 종주했고, 2000년대에는 사찰 여행을 다녔다. (사)한국워킹협회 이사로 전국의 걷기 좋은 길을 걸으며 스토리텔링 작업을 했다. 2013년 동해안의 해파랑길, 2014년 남해안 길, 2015년 서해안 길을 완주했다. 신문에 '김영현의 걷기 여행', '김영현과 함께하는 대구의 걷기 길'을 연재했다. '길에서 길을 묻다'(2014년) 등의 저서가 있다. 2019년 9월 이 책 출간을 앞두고 지병으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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