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셨다고 눈 흘기지만/ 아침이면 콩나물 해장국과 분홍 입술 내미는 여자// 먼 길을 떠나는 날에/ 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고 지갑을 채워 놓는 여자…'('무서운 여자' 중)
시집 '무서운 여자'는 초설 김종필 시인의 세 번째 작품집이다. 시집에는 생활에서 우러나오고 속에서 깊이 삭여져 나오는 인간미와 서정의 깊이가 있다. 여기에 가정, 직장, 사회 안팎으로 부딪치는 여러 상황 속에서 사랑하고 미워하고 애쓰고 추스르는 내면을 깊이 파고들면서 이를 응축해 낸 시편들을 엮었다.
시집의 제목 '무서운 여자'는 시인이 아내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시인의 아내는 수록된 시편에서 읽을 수 있듯이 버려진 화초를 주워와 꽃을 피우게 하고, 꽃처럼 웃는 '순한 여자'다. 시인은 버려진 것에 대해 마음으로 아파하고 말로만 생색낼 뿐이지만, 그의 아내는 버려진 것을 보듬어 꽃을 피우게 하는 '착한 여자'다.
수록된 많은 시편들은 아내에 대한 눈물의 헌사다. 세상 모든 아내들의 울음을 불러냈을 법한 장면에서도 시인은 자아를 숨기거나 꾸미지 않는다. 그래서 시인의 아내와 이웃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도저한 마음 씀씀이는 읽는 이의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이 시집에서는 내용에 따라 형식 변화를 자유롭게 시도한다. 일정한 틀이 없다는 건 그 안의 주물도 제각기 다른 형상을 갖고 설렘을 줄 개연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처럼 시인의 언어와 그것을 통해 그리는 풍경은 일상에 깊이 뿌리 박혀 미묘한 생기와 긴장을 간직하게 한다. 그 생기와 긴장은 살아있는 것의 자유를 구가하는 데 소용되지 않고, 새장의 새처럼 존재의 자유를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과 연결된다.
시집 '무서운 여자'에서 시인이 간직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바탕으로 자기 삶에서 건져 올린 시편들이 물기를 털며 빛을 뿌리는 장면은 눈이 부신다. 이것이 바로 김종필의 시가 독자에게 주는 힘이고 위로다. 112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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