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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제인 구달 등 文에 '개 도살 금지' 촉구

클린트 이스트우드·제인 구달. 매일신문DB
클린트 이스트우드·제인 구달. 매일신문DB

세계 저명인사들이 서명한 '개 도살 금지 공개서한'이 22일 청와대에 전달됐다.

동물해방물결 등 8개 동물권단체는 이날 이 같이 밝히고 서한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2018년 공식 발표에 따라 개 도살·거래 금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개 식용과 도살을 금지한 홍콩, 대만, 인도, 캄보디아, 중국 등의 변화가 이뤄지고있다. 국제사회는 점차 한국도 주시할 것이다. 정부는 더 지체하지 말고 개 식용 산업 철폐를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서한에는 미국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킴 베이싱어·알렉 볼드윈,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 국내 배우 진서연·김효진·이엘, 가수 요조, 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정치인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표창원 전 의원 등의 서명이 담겼다.

이 서한에는 앞서 충남 천안 개 도살장에서 구출된 후 국내로 입양된 '설악'과 경남 양산 개 농장에서 구출돼 미국으로 입양된 '사지'의 발도장도 찍혔다. 이들도 서한 표명의 주체라는 것.

'설악'과 '사지'의 발도장. 동물해방물결 홈페이지

단체들은 한국 식용 목적 개 도살 및 거래 금지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국제 청원 웹사이트(change.org)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동물해방물결이 공개한 서명 참가자 명단.

작가이자 출판인 강하라님, 음악가인 김대원(김C)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센터장이자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이사이신 김도희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님,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성호님, 작가 김한민님, 배우 김효진님, 미국 배우 도나 데리코(Donna D'Errico), 영국의 로빈 러셀 경(Lord Robin Russell), 미국 배우 미나 수바리(Mena Suvari),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이자 대한수의학회이사장 박재학님, Sex&Steak 연구소/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변혜정님,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서민님, 미국 음악가 스카일라 스태커(Skylar Stecker), 피디 심채윤님, 비룽가 국립공원 에어윙 프로그램 국장 안소니 카에르(Anthony Caere), 미국 배우 알렉 볼드윈(Alec Baldwin), 미국 배우 앨리슨 이스트우드(Alison Eastwood), 비룽가 국립공원 관리국장 엠마뉘엘 데 메로데(Emmanuel de Merode), 미국 배우이자 가수이자 성우 엘리자베스 데일리(EG Daily), 음악가이자 작가 요조님, 영화감독/작가 이길보라님, 작가이자 출판인 이슬아님, 배우 이엘님, 배우 임세미님, 가수이자 작가 전범선님, 제인구달연구소의 제인 구달(Jane Goodall), 배우 진서연님,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님, 미국 감독이자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미국 배우 킴 베이싱어(Kim Basinger), 전 국회의원/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대표 표창원님, 미국 배우 프리실라 프레슬리(Priscilla Presley), 프린스턴대학교 생명윤리학 석좌교수 피터 싱어(Peter Singer),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한정애님, 영국 배우 헨리 골딩(Henry Golding), 영화감독이자 작가 황윤님.

※다음은 공개 서한 전문.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께,

코로나19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관계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또다시 복날이 찾아온 지금, 우리는 수많은 개들의 죽음과 개 식용 산업이 공중 보건에 가하는 위협이 하루 빨리 멈추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서한을 보냅니다. 한국 시민 사회에서 나오는 인도적인 목소리를 지지하며,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서둘러 1) 개를 '가축'에서 삭제하고, 2) 식용 목적 개 도살 및 거래를 금지하길 정중히 요청합니다. 이는 수백만 개들을 고통과 착취로부터 구해낼 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한 인수공통 감염병이 지구를 휩쓰는 위험으로부터 모든 시민을 지켜낼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중국은 진일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 29일, 중국 정부는 국가 가축·가금 유전 자원 목록을 최종 발표했습니다. 개는 더이상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4월에는 선전과 주하이 시가 중국 도시로는 최초로 개와 고양이를 식용하는 것 금지했습니다. 변화의 소식은 최근 인도, 캄보디아에서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이 잔학 행위를 인류 문명으로부터 뿌리 뽑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개 식용 산업이 존재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오로지 먹기 위해 개를 대량으로 번식, 사육하는 약 3천 개의 '개 농장'에서는 해마다 1백만 마리가 끔찍한 환경에서 태어나 사육됩니다. 개탄스럽고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자란 개들은 전국의 시장과 도살장으로 운송되어, 잔인하게 도살됩니다.

이 서한을 함께 보내는 설악과 사지는 개 도살장과 농장에서 구출돼 안전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중복을 앞둔 지금, 셀 수 없이 많은 개들이 목이 매이거나, 두들겨 맞거나, 고압 전기봉을 물린 채 감전사되고 있습니다.

한국 개 농장과 도살장이 더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들이 또 다른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인한 판데믹을 불러올 수 있는 시한폭탄이기 때문입니다. 신종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3N2형)은 2007년 한국 개 농장에서 최초로 발견됐고, 지금도 발생 중입니다. 바이러스는 미국, 캐나다 등 해외로까지 빠르게 전파되어 왔습니다. 2009년 H1N1 신종플루 판데믹 이후 학계에서는 바이러스 재조합이 일어나며 점차 인간에게 가깝게 변이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개 식용에 반대하는 2개의 청와대 국민 청원이 각각 20만 목표 서명을 돌파하자, 한국 정부는 "개를 '가축'에서 삭제하도록 검토"하겠다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로 정부는 그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안타깝고, 선진적이지 못합니다.

이토록 전례 없는 시기에, 우리는 한국이 더 진보적이고 인도적인 세계를 향한 움직임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의 한 도살장에서 죽기 직전 구출된 설악을 만나, 2018년 정부가 했던 선언을 기억하기를 촉구합니다. 가장 진보한 국가 중 하나로 성장한 한국이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진심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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