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치료비는 자부담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흔히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으로 "치료비는 자부담"이라고 농담을 한다. 그런데 때에 따라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내 입국 외국인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자 농담이 반(半) 진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국인에게 코로나19 치료비를 부담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외국인은 여행자나 장기 체류자 등 신분에 상관없이 무상 치료를 받아 왔다. 현재 책정된 외국인 치료비 지원 예산은 1인당 750만원으로 모두 국민 세금이다. 그런데 최근 해외 유입 외국인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이달 들어 3주간 검역 과정에서 확진된 외국인은 모두 285명으로 많게는 하루 30명 이상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월 3일 이후 6월 1일까지 약 5개월간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외국인 확진자 비율이 12.6%에 그쳤으나 7월 21일 기준 32%로 근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지역 확진자를 웃돌자 외국인 치료비 문제를 놓고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3분의 2가량이 외국인에게도 치료비를 부담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자국민·외국인 가리지 않고 치료비는 자부담이다. 일본과 대만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에게만 지원하고,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등은 무상에서 유상 치료로 바꿨다. 무상 치료 국가는 영국과 호주, 스웨덴, 말레이시아 등 8개국에 그쳤다.

외국인 치료비 부과를 놓고 찬반 논란도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많은 나라들이 치료비를 받는데 우리나라가 무상 치료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또 자칫 '한국에서는 외국인 치료비가 공짜'라는 소문이 돌게 되면 한국행을 부추기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유상 치료의 부작용을 더 걱정한다. 치료비 부담에 외국인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숨기면서 지역 확산의 빌미가 된다거나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무상 치료'를 우선시하는 국제보건규칙(IHR)을 따르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인권과 외교 문제 등 사안이 복잡한 만큼 신중한 처리가 필요하나 국가 간 형평성 등 다각도의 검토를 거쳐 유·무상 치료 병행 등 개선책을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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