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향촌동의 한 상가 건물에 이른바 '화투방'으로 불리는 노인 쉼터들이 밀집해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쉼터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화투 도박이 성행하지만, 처벌 기준이 모호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1일 찾은 향촌동 한 노인 쉼터. 코로나19 정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를 턱에 걸친 노인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한창 화투판을 벌이고 있었다. 10개가량의 초록색 원형 테이블마다 화투판이 펼쳐져 있었다. 곧 경찰 두 명이 들이닥치자, 30여 명의 노인이 분주하게 화투판을 치우고 건물을 빠져나갔다.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10여년 전부터 향촌동에 자리잡기 시작한 화투방은 현재 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일 입장료 2천원에 점당 100원을 걸고 화투를 치는 식이다.
문제는 불법 사행성 도박이라는 신고가 매일 2~3건 들어오는데도, 이를 강제로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 현장을 덮쳐도 판돈 금액이 다해봐야 1만원 수준에 그쳐 불법 사행성 도박인지, 단순 오락인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관련법상 도박으로 간주하더라도 재물의 규모가 극히 적고 시간과 장소, 경위, 당사자의 신분 관계, 그리고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에 따라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처벌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경찰이 불시점검에 나서는 등 단속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노인들이 단속을 피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는 것이 경찰의 하소연이다.
중부경찰서 한 관계자는 "돈을 잃어 홧김에 신고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공중전화로 신고 후 현장을 떠나 허탕치기 일쑤"라며 "단속을 나가도 70~80대 어르신들이 '도박이 아니라 갈 곳이 없어 모여 노는 것일 뿐'이라고 화를 내며 반발하면 강제로 해산시키기도 어렵다"고 했다.
쉼터가 구청이나 시청이 관리하는 시설도 아니어서 행정기관 역시 대처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노인 쉼터는 신고나 인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은 일부 업주를 '도박개장죄'로 입건하거나, 안전신문고를 통해 해당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화투방은 우리 사회에서 노인 놀이 문화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노인 여가생활을 건전하게 유도할 수 있는 시설이나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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