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코 먹방의 시대다. 유튜브나 케이블 채널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서도 먹방은 대세가 되었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8천원대의 한식 뷔페식당, 1만원대 초중반의 무한 리필 고깃집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주위에 널려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저렴한 식자재 가격 때문이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걱정했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식량 부족 문제는 해결된 듯 보인다. 세계 인구 78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전 세계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고, 우리는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무엇이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한 다이어트 열풍과 넘쳐 나는 음식물 쓰레기 시대를 살면서 식량 부족을 고민하면 이상한 사람일까? 아프리카 등 빈곤국 8억 명의 기아 문제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도 미래 식량 부족은 지나친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왜 먹방과 다이어트 시대에 식량 부족을 걱정해야 하나? 세계 인구 증가와 중국, 인도 등 인구 대국의 경제성장으로 식품 소비가 '곡물'에서 '육류'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인구의 양적 증가는 식량 수요 확대의 직접 요인이며, 육류 소비 급증은 사료용 곡물 수요를 촉발시켜 더 많은 식량 생산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식량 수요를 충당했던 공급 방식은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인가? 비농업용 토지 수요 증가에 따른 농지 부족, 기후변화의 불확실성, 농업용수 고갈 등이 식량 생산의 장애 요인이다. 우리가 식량 부족을 걱정하는 이유는 수요 증가와 공급 불안정성 때문이다. 맬서스의 악령은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모든 사람이 농업을 등한시하고 도시로 몰려나올 때 역으로 농부가 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농업이 미래 산업이자 유망 산업이라 강조한다. 또한 식량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농업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반드시 먹어야 한다. 하지만 식량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으면 돈으로도 살 수가 없다. 이윤 추구 생산자가 팔지 않는다는 상상은 지나친 일일까? 만약 판매할 농산물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연재해나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이 감소한다면 농산물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코로나19로 우리는 이미 선진국의 텅 빈 식품 매장을 눈으로 목격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은 전 세계의 자유로운 식량 이동을 촉진한다.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국가 간 이동이 식량 문제를 해결한다는 논리로 식량 생산이 국가 단위에서 글로벌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는 수입국의 수입하지 않을 권리는 허용하지 않지만, 수출국의 수출 금지는 허용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식량 수입국은 아무리 달러가 많아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 콩 등을 수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되자 인도, 태국, 베트남이 쌀 수출을 금지하였으며, 2010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금지로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
식량이 풍족한 먹방의 시대, 우리는 식량안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돈으로 얼마든지 식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이 미래 세대에게 식량 재난을 물려줄 수 있다. 식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에 안정적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농식품은 생명을 지탱하는 원천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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