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생대 거미 모습은…" 달성군, 국내 희귀 화석 2천점 수장고 연다

[기획] 대구의 미래 달성(達城)으로 가자
-전국 최초 국내화석 전문 공립박물관 건립

달성군 유가읍 국립대구과학관 옆 부지에 건립될 국내 화석 전문 공립박물관 조감도. 달성군 제공
달성군 유가읍 국립대구과학관 옆 부지에 건립될 국내 화석 전문 공립박물관 조감도. 달성군 제공

〈3〉전국 최초 국내화석 전문 공립박물관 건립

경북대자연사박물관이 지난 2005년 4월 대구 달성군 유가면 내2리 달성2차 산업단지 조성부지에서 중생대 백악기의 우박흔(雨雹痕·Hail Print)이 있는 화석과 동·식물 화석을 다량 발견했다. 당시 학계 관계자들은 우박흔은 국내 최초이고 선형동물(cochlichnus)이 기어 간 자국이 있는 '흔적화석'은 고대 지질 및 생물, 기후연구에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대구경북 일대는 중생대 전기백악기 시대(1억2천~1억년)에 퇴적된 경상분지 한가운데 위치해 무척추 동물로는 암모나이트가, 척추동물로는 파충류, 특히 공룡류가 번성했다. 이와 관련된 화석들도 넓게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대구 달성군이 유가읍 상리 일대 국립대구과학관 옆 부지에 전국 최초로 국내 화석 전문 공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생·중생·신생대, 순수 국내 화석 2천점 전시

달성군의 화석박물관은 유가읍 상리 국립대구과학관과 인접해 건립된다. 부지면적 8천980㎡, 연면적 5천㎡,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다. 총공사비 227억원(국비 78억원, 군비 149억원)을 투입해 내년 2월 착공해 오는 2022년 5월 준공할 예정이다.

전시실 1층에는 달성에서 출토되거나 발견된 화석 등 유물을 주로 전시한다. 생명체 탄생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흔적화석 등 화석의 생성원인별 종류전시다. 다양한 형태의 화석을 관람객이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규화목, 나뭇잎 화석, 빗방울 흔적 화석, 스트로마톨라이 등이다.

2층에는 순수 국내 화석 2천여점이 전시된다. 고생대관으로 영월·태백 등지의 삼엽충, 두족류, 완족류, 갑각류, 양치식물, 산호 등 고생대 화석이 전시된다. 중생대관에는 대구를 포함한 군위, 고령, 사천지역에 발견된 공룡, 익룡, 어류, 새발자국, 곤충류, 조개류 식물화석이 선을 보인다. 신생대관에는 포항, 경주,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어류, 갑각류, 상어이빨, 불가사리 등 화석이 자리를 잡게 된다.

3층에는 국내 발견 화석은 지질시대가 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화석을 소개한다. 공룡, 맘모스, 고래, 물소, 대형 암모나이트 등과 운석, 크리스탈, 다이아몬드, 루비, 수정, 아마존석 등 각 지질시대에서 발견되는 광물과 보석원석도 소개된다.

김문오 달성군수와 김명곤 금강자연사 대표가
김문오 달성군수와 김명곤 금강자연사 대표가 '화석박물관 건립을 위한 소장물품 양도 및 양수 계약 체결식'을 갖고 있다. 달성군 제공

◆화석수집가 국내 화석 2천점 기증

달성군이 국내 화석 전문 박물관 건립사업을 추진하게된 첫 단초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화석수집가로 유명한 김명곤(70·금강자연사 대표) 씨가 평소 전국을 돌아다니며 애지중지 수집한 화석 수천점에 대한 기증의사를 밝혀 오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달성군은 2017년 7월 17일 군청에서 김문오 군수와 화석 기증자인 김명곤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화석박물관 건립을 위한 소장물품 양도 및 양수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날 체결식에서 김 대표는 자신이 소유한 국내 화석 2천 점을 비롯해 보석원석 1천 점, 나무화석 40t 등을 달성군에 기증하고 화석박물관 건립에 동의했다.

김 대표가 소유한 화석들은 식물, 곤충, 어패류, 갑각류, 씨앗 등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특히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걸쳐 포항·경주·봉화·고령·군위 등 대구경북과 진주·합천·사천·울산·제주 등 국내 전역에서 발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체결식 자리에서 김 대표는 "평생을 수집해온 화석이 그동안 보관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앞으로 학생들의 자연사 체험교육과 지역의 관광발전을 위해 달성군의 화석박물관 건립에 동의하고 화석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문오 군수는 "엄청난 자산가치를 지닌 각종 희귀 화석을 선뜻 기증해준 데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며 "앞으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국내화석 전문 박물관을 건립, 주민들에게 번듯하게 공개하겠다"고 화답했다.

달성군청 참꽃 갤러리에 전시된 화석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달성군청 참꽃 갤러리에 전시된 화석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세계적 신종화석 거미화석 등 희귀종 수두룩

지난 2017년 7월 김 대표와 '화석박물관 건립을 위한 소장물품 양도 및 양수 계약 체결식'을 가진 달성군은 우선 김 대표의 화석에 대해 김종욱(대구교대), 양승영(전 경북대) 교수 등 화석 전문가들의 고증연구 과정을 거쳤다.

고증 연구결과 김 대표의 화석 가운데 중생대인 약 1억2천만 년 전의 거미화석 2점과 어류화석 1점의 경우 세계적인 신종 화석이고, 신생대 어류화석 7점과 불가사리화석 1점은 국내 최초로 발견된 화석으로 밝혀졌다.

특히 거미화석 2점은 경남 사천시 사남면 월성리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1㎝ 크기의 거미가 머리, 가슴, 배로 구분되고 특히 4쌍의 비교적 긴 다리 가운데 더듬이 다리 한 쌍이 뚜렷하게 이암층(셰일)에 화석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증연구팀은 "이같은 거미화석은 우리나라에서도 중생대부터 거미가 서식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거미는 몸길이가 1~2㎝ 정도로 매우 작은 데다 공간에 거미줄을 치고 살아 화석화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거미화석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고 밝혔다.

또 연구팀은 "신종 화석은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희귀하고 연구 및 보존 가치가 높다. 앞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을 때 그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예산확보, 설립타당성 평가 등 난제 극복

달성군의 화석박물관 건립사업이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달성군의회가 2018년도 예산심의에서 화석박물관 건립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군의회는 기증화석 분류작업 종사원 인건비 4천800만원과 진열대 구입비 2천만원 등 총 6천8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타당성 사전평가에서 입지여건 부적합 판정 등으로 몇차례나 보류되기도 했다. 2016년부터 개정된 관련법령에 따라 무분별하게 건립된 박물관의 부실운영 방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공립박물관 건립사업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사전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달성군은 화석박물관 건립 부지를 당초 비슬산 아젤리아 호텔 부근에서 접근성이 높은 국립대구과학관 옆으로 바꿔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서면심사, 4월 신청부지 현장실사와 PPT심사를 벌인결과 최종 '적정' 평가를 내렸다. 또 군의회 역시 올해 예산편성에서 건축설계비(2억6천만원)를 통과시키면서 사업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달성군에 국내 화석 2천점 기증한 김명곤 대표

김명곤 대표
김명곤 대표

지난 수십년 동안 많은 시간과 사재를 투자해 애지중지 모은 자식같은 화석이 앞으로 번듯한 박물관에 전시돼 학생들의 자연사 교육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특히 화석박물관 건립에 있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명확하고 뚜렷한 특색, 기존 박물관들과 차별화된 박물관이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전국 곳곳에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화석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화석만을 전문으로 전시하는 박물관은 거의 없어 화석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달성군에서 추진 중인 화석박물관은 종류가 다양하고 우수한 질을 갖춘 화석표본으로 교육적 뿐만 아니라 학술적 용도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화석표본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공동기획: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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