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이야기' '문명 이야기' 등을 쓴 미국의 윌 듀런트 부부는 1968년 '역사의 교훈'에서 과거 3천421년간 기록된 인류 역사에서 268년 동안만 전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듀런트 부부는 아무런 전거(典據)도 대지 않았으나 미국 역사학자 도널드 케이건이 국내에서도 번역된 '전쟁의 기원'에서 그 주장을 의심 없이 인용했다. 이어 좌파 논객 놈 촘스키와 미국 '아들 부시'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촘스키와 이념상으로 대척점에 있다고 할 딕 체니 등 여러 사람이 그렇게 했다.
그 뒤 한스 반 데넨과 베트로 용만이라는 두 네덜란드 학자가 듀런트의 '268년'과 가장 비슷한 수치가 폴란드 금융업자로 군사학에도 관심이 깊었던 이반 블로흐의 저서 '기술적·경제적·정치적 관계로 본 전쟁의 미래'에 있는 것을 알아냈다. "기원전 1496년부터 기원후 1861년까지 3천357년 동안 전쟁은 총 3천130년이었고, 평화 기간은 겨우 227년이었다."
듀런트의 '268년'은 십중팔구 이 수치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블로흐도 '원조'는 아니었다. 그는 '227년'이란 수치를 오디세 바로라는 17세기 프랑스 철학자의 '역사철학서한'이란 책에서 얻었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전쟁의 미래'(로렌스 프리드먼)에 나오는 내용이다. 프리드먼은 여기서 바로의 '227년'도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는 '판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주장'을 하려면 그 근거를 대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해 진부하기까지 한 '윤리'이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옹호하려고 이순신 장군도 관노(官奴)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고 주장한 네티즌은 무책임을 넘어 부도덕하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을 예고하자 '환영한다'며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잠자리에 들었다는 '해석'은 학계에서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느 학계의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런 해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이순신 전문가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은 난중일기를 포함해 현존 어느 기록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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