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최악 성적표 받고도 경제 정책 안 바꿀 텐가

경제성장률이 2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수출이 57년 만에 최악 부진을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 반등 낙관론을 펴고 있다. 좌초하는 경제도 문제이거니와 정확한 경제 현실 파악과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 탓에 경제에 대한 국민 불안이 증폭하는 실정이다.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3.3%나 감소했다. 외환 위기 무렵인 1998년 1분기(-6.8%)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28%)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2%대 중반 정도의 성장률이 나올 것으로 내다본 한국은행의 예측이 무참하게 깨졌다. 또한 2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16.6% 떨어져 1963년 4분기(-24.0%) 이후 57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2분기 경제 성적표는 충격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14조원에 달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가 코로나 극복 명분으로 120조원이 넘는 돈을 시중에 풀었는데도 경제 추락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재정 확대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 큰 우려는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등 대외 악재들이 속출하는 데다 세수 감소로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도 어려워짐에 따라 경제가 더 추락할 우려가 크다.

이런데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가 진정되면 3분기에는 중국과 유사한 V 자형 경기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중국은 수출 의존도가 18%, 한국은 44%로 경제 구조가 크게 다르다. 14억 소비 인구를 가진 중국은 예산을 퍼부어 내수만 살려도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 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수출 여건이 나빠져 V 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재난지원금 같은 부양책과 막연한 낙관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결국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제조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기업이 뛰지 못하면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 기업 발목을 잡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노동시장 경직과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악 경제 성적표는 문 정부에 경제 정책을 바꾸라고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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