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여지껏 '가보지 않은 길'이 일상이 됐다. 마스크 쓰고 일생 생활하기, 온라인 비대면 수업, 사상 초유의 0%대 금리 등 사회 각 부문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런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융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을 꼽자면 역대급 유동성 장세로 인한 주식시장 상승과 함께 금·은 가격의 동반 상승이다.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시장과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지만, 이번에는 동반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금값 된 금값, 여전히 수요 쏠려

코로나19 사태로 수천년 간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금이 여지껏 가보지 않은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 금값이 24일(현지시간) 미중 갈등 속에서 9년 만에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4%(7.50달러) 오른 1897.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1년 8월22일 세워진 온스당 1891.90달러의 종전 최고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를 추격하는 은 가격 상승세도 만만찮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은은 온스당 7.4%(1.59달러) 급등한 23.144달러에 장을 마감, 지난 201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경제 회복 전망이 갈수록 안갯속인데다, 미·중 갈등이 총영사관 폐쇄라는 극한 카드로 맞서면서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종가기준 온스당 1천9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금값이 조만간 2천000달러 고지를 어렵지 않게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금 랠리가 더 지속될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전례없는 경기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불러 가치저장 수단으로 금 투자의 매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 상승분 3배 폭등한 은
금 가격 상승세는 은 값도 덩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은 근월물 가격은 온스당 23달러를 돌파하며 약 7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은값은 올 들어 24% 급등하면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저점을 기록했던 3월과 비교했을 때는 96% 가까이 급등해 최고치로 치솟은 금 가격 반등의 세 배 가량 치솟았다.
은은 귀금속(45%)으로 사용되며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수요의 절반 가량(51.2%)이 산업용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은값의 폭등 배경에는 달러 약세와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은은 전기 전달능력이 뛰어나 컴퓨터·전자부품·의료기기 등의 재료로 쓰이고, 항균제 성분으로도 쓰인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기준 글로벌 은 생산량의 16%를 차지하는 페루의 올해 생산량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5월 누계 기준 전년비 31.6% 감소했다"며 "팬 아메리칸 실버(Pan American Silver)가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페루의 광산에서 가동을 중단하는 등 수급 차질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승 랠리 얼마나 더 이어질까

그렇다고 마냥 금·은 값의 상승세만을 기대했다가는 큰코를 다칠수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결코 좌시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가 '달러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외완 보유고에서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것에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을 지켜냈던 미국은 이로 인해 금값이 치솟자 2011년 하반기 금 거래를 위축시키기 위해 두 차례에 걸친 증거금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떨어지지 않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4천억 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단기국채를 팔아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고 단기금리는 올리는 공개시장 조작 방식이다.
이 정책의 타깃은 바로 '금'이었다. 단기금리가 오르자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락하면서 이틀만에 1천900달러대에서 1천600달러대로 20% 이상 추락한 것이다.
2012년 중국이 미국에 맞서며 금 보유고를 늘려가자 미국은 2013년 4월 세계 금시장의 5분의 1을 넘어서는 금 600t 이상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시장 가격을 찍어내렸다. 세계 시장에 미국 연준에 맞설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것이었다.
최근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종이 금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 금 총량에 비해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너무 많다보니 실물 금을 확보하려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달러 약세와 금 고공행진을 언제까지 연준이 용납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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