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기, 손 씻기, 생활 속 거리 두기, 유연근무, 온라인 교육, 비대면 문화 등 '기승전결 코로나19' 시대다. 모든 대화의 시작과 끝은 코로나19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원인과 과정, 결과 어딘가엔 항상 코로나19가 자리한다. 개인, 직장인 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산업별 명암도 마찬가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기업도 있지만 가능성만으로 평가받던 업종이 갑자기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언택트 라이프는, 우리의 선택 의지와는 상관없이 광속으로 다가와 일상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물한 것도 있다.

◆얼굴 없는사회…점점 멀어지는 사회·심리적 거리
이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다. 한 장의 얇은 마스크에 불과하지만 사회·심리적 거리는 그보다 훨씬 더 멀어졌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종교단체다. 교회에서 학생을 담당하고 있는 K 목사는 학생 신자들만의 강한 또래문화가 무너질까봐 걱정하고 있다. K 목사는 "신앙심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나 한편으로는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체 속에서 더 견고해진다"면서 "서로 모이지 않는 교회는 교회 밖 이웃들에게도 눈길을 돌리지 않게 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편의점과 음식점, 카페 등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마스크를 쓸 수도, 벗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일의 성격 때문에 예방을 위해선 마스크를 쓰는 것이 본인은 물론 손님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막상 쓰고 있으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편의점을 하는 김경순(49) 씨는 "단순히 계산하려는 물건의 바코드만 찍은 뒤 가격만 알려줄 때도 마스크를 쓴 뒤부터는 '얼마라고?'라며 되묻는 손님이 늘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내가 손님 말을 알아들으려고 할 때도, 손님이 내 말을 들을 때도 입 모양이 안 보이니 생각보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언택트 마케팅'이라 불리는 비대면 유통·소비문화가 확산될 경우, 소통의 어려움을 넘어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른 양극화까지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있다. 비대면 문화가 정착되면서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서비스 가입이나 물품 구매에 필요한 잡다한 절차를 직접 처리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가난한 사람들은 온라인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반면 대면 서비스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부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역설…팬데믹이 선물한 기회
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여러 기회를 가져왔다.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 문명을 더욱 공고히 하며 4차 산업혁명을 꽃피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재택 근무,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고 문화활동은 유튜브와 OTT 서비스들이 대체하면서 '비대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올해 4월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컴퓨터, 데이터저장장치(SSD) 등 비대면 산업 연관품목의 수출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발맞추기 위해 규제의 담이 무너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타다 등 신산업과 원격 진료 등은 국내에선 기존 일자리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 돼 왔다. 그러나 미국,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로 원격진료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논의가 불 붙고 있다.
보건 환경 측면의 변화 역시 긍정적이다. 전 세계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조류독감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발병하자 감염병의 주기적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 레이스에 자진해서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해온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쇠퇴하고 새로운 체제로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는 자연을 훼손한 인류가 만든 역병이라는 반성 아래 성장지상주의와 발전이데올로기에 치명타를 입으며 전통적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생태중심적 가치관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코로나발 경제 위기로 세계 각국이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정부가 최소 생계를 책임진다'는 생각이 확산되며 기본소득 논의가 탄력을 받는 등 복지국가 담론에 힘이 실린다.
개인 차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동네 책방이나 카페, 북카페 등 나만의 아지트나 혼자 하는 취미 생활을 만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단체 감염 우려로 회식 문화가 사라지며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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