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천의 100산(山) 100설(說) <6>백두대간1(白頭大幹·초점산~삼도봉~우두령)

(白頭大幹)

하늘에서 본 삼도봉, 세곳으로 나뉜 산줄기를 따라 경상, 전라, 충청 3도가 갈린다.
하늘에서 본 삼도봉, 세곳으로 나뉜 산줄기를 따라 경상, 전라, 충청 3도가 갈린다.

김천의 100산(山) 100설(說) 백두대간1(白頭大幹·초점산~삼도봉~우두령)

김천시의 백두대간은 초점산에서부터 용문산까지 약 70km에 달한다. 이 중 21개의 봉우리가 김천의 100명산에 이름을 올렸다. 21개의 봉우리 중 1천m가 넘는 것만 11개다. 더구나 100산 중 20%가 긴 산줄기가 보니 대덕면부터 시작해 어모면까지 대간의 산자락 아래 살아온 시민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 2회에 걸쳐 싣기로 했다.

◆백두대간에 얽힌 이야기들

▷아버지를 해친 호랑이를 잡아 원수를 갚다

대덕산 아래 덕산리 마을에 살던 김경직은 부친 김석용과 함께 대덕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호랑이를 만나 아버지가 물려가는 것을 따라가 나무막대기로 호랑이를 쫒고 부친의 시신을 찾아 왔다.

장례를 마친 김경직은 원수를 갚고자 100일 기도를 드린 후 대덕산 곳곳에 함정을 파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세 번째 잡은 호랑이의 눈아래 흉터를 보고 아버지를 해친 호랑이임을 안 김경직은 호랑이 머리를 잘라 아버지 묘소에 바치고 제를 올려 원수를 갚았음을 고했다.

이를 안 지역 유림에서 효행비를 세웠고 나라에서는 '장릉참봉' 벼슬을 제수했다고 전한다.

▷왜구를 물리친 우두령 전투

경남 거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우두령은 일대 지형이 소머리를 닮아 소 우(牛)자에 머리 두(頭)자를 써서 우두령(牛頭嶺)이라 불린다, 우두령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군사 교통의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때 김천에 주둔한 왜군 제6진 1천500여 명이 전라도 진출을 위해 우두령을 통해 거창으로 이동을 시도했다.

이 첩보를 접한 진주목사 김시민과 고령 출신 의병장 김면은 1592년 7월 17일 우두령 고개 좌우에 의병 2천 명과 함께 매복해 있다가 급습해 큰 전과를 올렸다.

이 전투에는 사냥꾼과 심마니 등 김천지역의 민초들이 대거 참여해 공을 세웠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부항령 아래 가목마을

가목마을은 풍수지리로 볼 때 가마설(물이 끓고 있는 가마솥) 형국이다. 가마 부(釜)자에 목 항(項)자를 써 부항이라 하고 한글로 가마목이라 했다.

이 마을 중앙에 있는 최 씨 집터에는 여러 차례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해온다. 이곳은 가마솥의 중앙에 해당해 화기가 드센 곳으로 집을 지을 경우 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무시하고 집을 지었다가 여러 차례 불이 났고 현재는 액을 쫓는다고 알려진 소를 키워 화기를 막고 있다.

◆백두대간을 오르다

백두대간 중 김천시에 속한 구간은 약 70km에 달한다. 이 중 21개의 봉우리가 김천의 100명산에 속해있다. 백두대간 산행은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구간을 나눠 진행했다.

대덕산 들머리에 위치한 산철쭉 군락지.
대덕산 들머리에 위치한 산철쭉 군락지.

▷대덕산~초점산

첫 산행은 대덕산과 초점산을 목표로 삼았다. 덕산재에서 시작한 산행은 산철쭉이 먼저 반긴다. 겨울눈이 녹아 길을 질척였지만 걷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30여 분 오르다 보면 맑은물이 떨어지는 얼음폭포를 만난다. 이어지는 산길은 허리 높이의 산죽 사이로 꼬불꼬불 이어진다. 대덕산 정상을 앞두고 얼음골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걷다 보면 곧 정상에 도착한다. 평평하게 트여 사방을 바라 볼 수 있는 정상에서는 멀리 초점산과 덕유산 등이 보인다.

초점산은 다시 내리막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초점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백두대간 길을 벗어나 대덕면 대덕1리로 내려오면 된다.

삼도봉 정상석.
삼도봉 정상석.

▷부항령~삼도봉

부항령 삼도봉터널 옆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백수리산 까지는 오르막이 계속된다. 40여 분쯤 오르면 키 큰 소나무 군락이 자리하고 있다. 백수리산 정상을 못 미쳐서 가파른 오르막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백수리산을 넘어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면서 차츰 고도를 높여가다 보면 박석산이 나온다. 4월 말이라 산속은 꽤 쌀쌀했음에도 반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산행에 나선 젊은이들이 신선해 보인다.

박석산에서 능선을 따라 오르고 내리다 보면 경상, 전라, 충청 3도 경계에 위치한 삼도봉 정상이다. 삼도봉 정상에는 데크와 함께 웅장한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다. 매년 이곳에서는 김천시와 무주군, 영동군 사람들이 모여 삼도 화합행사를 진행한다.

물푸레나무 군락지.
물푸레나무 군락지.

▷삼도봉~우두령

삼도봉 주차장을 출발해 20여분 남짓이면 삼도봉 정상에 도착한다. 지난밤 내린 비로 다소 선선한 날씨에 산 정상은 운무속이다. 안개(구름)가 나무에 맺혀 비처럼 떨어진다.

삼도봉에서 약 1km 내리막을 거쳐 다시 한참을 오르다 보면 감투봉 팻말이 반긴다. 올해 새로이 100산에 이름을 올렸다. 다시 가파른 내리막 이어 완만하게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면 푯대봉이다.

푯대봉 가는 길은 최근에 새로이 길을 만들어 어렵지 않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진행하는 길 양쪽으로 취나물, 병풍취, 단풍취, 달래, 더덕 등 산나물이 지천이다.

푯대봉에서 석교산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길이다. 석교산에 올랐으나 일기는 순탄치 않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운무뿐...

석교산에서 우두령 내려가는 길은 시작부터 가파른 절벽이다. 등산객들을 위해 매어둔 굵은 밧줄을 잡고 유격 훈련하듯 내려가는 길이 아찔하다.

한고비를 넘고 나면 급경사와 완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다가 물푸레나무 군락을 만난다. 안개 속에 물푸레나무가 몽환적이다. 우두령 목적지를 앞두고 마지막 급경사는 계단으로 조성돼 있다.

◆백두대간에 속한 산들

▷초점산(삼도봉·1,249m) ▷대덕산(1,290m) ▷백수리산(1,034m) ▷박석산(1170m) ▷삼도봉(1,177m) ▷감투봉(1,123m) ▷푯대봉(1,172m) ▷석교산(화주봉·1,207m) ▷삼성산(984m) ▷여정봉(1,032m) ▷형제봉(1,022m) ▷황악산(1,111m) ▷운수봉(668m) ▷여시골산(620m) ▷가성산(729m) ▷장군봉(627m) ▷눌의산(선계봉·743m) ▷들기산(501m) ▷난함산(733m) ▷무좌골산(473m) ▷용문산(710m)

〈박스〉백두대간(白頭大幹)

백두대간(白頭大幹)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선조들이 전통적으로 인식하던 산지체계였다. 이것을 체계화한 것은 조선 후기 실학자 신경준이 작성한 산경표(山經表)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인식하던 나라 땅의 산줄기(山經)는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구분했다. 백두산에서 시작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산줄기는 모든 강의 유역을 경계지었다.

크게 나누어 동·서 해안으로 흘러드는 강을 양분하는 큰 산줄기를 대간·정간이라 하고 그로부터 다시 갈라져 하나하나의 강을 경계 짓는 분수산맥(分水山脈)을 정맥이라 했다.

김천시 백두대간의 동쪽은 상주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용문산이고 서쪽 끝은 거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초점산이다.

김천의 북동쪽에서 시작해 남서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은 경상도와 충청도 전라도를 나누는 경계일 뿐만 아니라 낙동강과 금강을 가르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산경표(신경준 지음, 박용수 해설), 김천의 산(김천문화원), 한글산경표(현진상), 김천의 마을과 전설(김천문화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도움주신분들〉 자문=송기동·강주홍, 사진=박광제·이종섭, 드론=윤삼원, 산행=김삼덕·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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