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코로나와 대구의 감사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텔레비전에 엄마가 나왔다." "우리 엄마는 나빠. 우리들이 보고 싶지도 않나 봐."

초등학교 2학년 이민준 군은 어느 날 아침을 먹고 TV를 보다 언뜻 엄마 모습이 나오자 외쳤다. 그러나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은 엄마를 보지 못했다.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산소마스크를 쓴 모습의 엄마가 반가운 마음에 소리쳤지만 동생은 오히려 투정을 부렸다.

간호사 엄마는 코로나19가 덮친 대구로 파견되고, 집안일은 할머니가 대신 했다. 민준 군은 '마스크를 오래 쓰다 주름이 생겨 일찍 늙어 버리면 어쩌나' 하고 엄마가 걱정이다. 그러나 동생은 엄마가 보고 싶다며 불만이고, "야, 임마. 엄마는 영웅이야"라고 얘기하는 형에게 꿀밤까지 맞는다.

코로나가 진정되던 날, 엄마가 돌아오고 가족은 예전처럼 다시 하나가 된다. 엄마는 할머니와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할머니는 엄마와 의사, 대구 시민,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공을 돌린다. 그리고 가족 모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유지로 코로나 극복을 다짐한다.

지난 23일 본사에서 열린 '2020 전국 재난안전수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청소년부 대상인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서울의 자운초교 2학년 이민준 군 가족의 실화이다. 간호사인 이 군 엄마처럼, 대구를 도우려고 기꺼이 달려온 숱한 의료진의 헌신은 잊을 수 없다.

마침 지난 25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서울에서 열린 코로나 자원봉사 의료진 시상식에 참석, 대구 시민을 대표해 큰절을 하며 감사를 전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구로 달려온 2천500명 넘는 의료진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진정 어린 마음을 담아 큰절을 한 셈이다.

권 시장의 감사처럼 본사도 올해 7회째 주최한 공모전에 접수된 총 761점 가운데 코로나와 뭇 재난의 극복 경험담과 값진 지혜를 담은 63점을 뽑아 시상하는 한편 이를 수기집으로 펴내 나눠 주고 있다. 또 다른 질병과 재난에 맞설 지혜의 공유로 널리 국민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수기집에는 화재나 지진, 풍수해 등의 재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에 얽힌 가슴 아프고 슬픈 사연, 감동 어린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의 힘겨운 싸움에서 힘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런 경험의 나눔으로 코로나 극복이 앞당겨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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