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남아메리카 북부 카리브해에 접한 인구 2천800만 명의 나라다. 세계 5위 석유 산출량을 자랑하며, 2000년 이후 석유 호경기 때 미국에 막대한 석유를 팔아 윤택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안이한 경제정책에 2015년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차베스 전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다 경제 폭망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13~2019년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은 70% 감소했고, 작년 6월 기준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3천500%에 달한다. 하루 3.2달러(약 3천800원) 미만 소득으로 생활하는 가구 비율이 75.8%에 달할 정도의 빈곤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베네수엘라가 국내 온라인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한-베네수엘라 경제협력센터가 2013년 발행했다고 하는 보고서의 발췌본이 그것이다. 과거 베네수엘라 정부가 실시한 부동산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시장에 가져왔나가 요점이다.
간략히 보면 ▷주택 임대료를 9년간 동결하고 ▷주택 분양 시 물가지수 반영을 금지했으며 ▷정부가 직접 주택 개발을 통제하고 ▷세입자 임의 퇴거 금지법을 실시하자, 오히려 임대주택 품귀 현상,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이 글은 우리 정부의 부동산 대책, 특히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추진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며 최근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와 같은 제도는 다른 선진국에서 널리 운용된다는 점, 또 베네수엘라와 우리가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너무도 다르기에 임대차 3법을 시행한다고 해서 꼭 나쁜 전철을 밟으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실제 임대차 3법이 속도를 내자 서울 등에선 전세 보증금을 큰 폭으로 올리거나, 전세 품귀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집권 4년 차를 맞은 정부와 여당은 집값 잡기에 '총력전' '속도전'을 불사하고 있다. 12·16, 6·17, 7·10 등 숨 가쁘게 규제책을 발표하더니, 의석수를 앞세워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집값을 꼭 잡겠다는 외침에도 시장은 엇나가는 모습이다. 지금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다는 초조함에 '패닉 바잉'이 불어닥쳤다. 올 상반기 서울 거주자가 전국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량은 3만1천890건으로 역대 최대치다. 대구의 1~6월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도 2만324건으로 전년 대비 65.3% 늘었다. 6·17 이후 한 달간 수성구 거래 건수는 70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3포인트(p) 오른 125p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가파른 오름세다.
한마디로 정부 정책이 신뢰를 못 얻고 있다. 비규제 지역을 찾아 집값 풍선효과가 들불처럼 번졌다. 섣불리 그린벨트 해제 운운했다가 대통령이 나서 번복했고, 여당 인사의 행정수도 이전 방침 말 한마디에 세종시 땅값이 치솟고 있다. '집값이 11% 올랐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대답은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규제에 대한 내성을 키운 건 다름 아닌 정부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다.
'부동산 정의'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다만 분명한 점은 시장경제는 '선의'가 아니라 '이기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좌우될 뿐이다.
서울에선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2주째 열렸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부동산 대책의 성패가 레임덕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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