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노화의 종말/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부키 펴냄

"노화는 치료 가능한 질병…150세까지 살 수 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가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 아니며 다른 질병을 고치듯이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젊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진은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노인. 게티이미지뱅크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가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 아니며 다른 질병을 고치듯이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젊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진은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노인. 게티이미지뱅크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가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 아니며 다른 질병을 고치듯이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젊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진은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노인. 게티이미지뱅크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가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 아니며 다른 질병을 고치듯이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젊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진은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노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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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노화의 종말'

'100세 시대'는 축복일까? 저주일까? 노후에 찾아오는 가난과 고독 탓에 저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블라바트닉연구소 유전학 교수는 이 책에서 노화는 질병, 그것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노화가 인간의 필연적 운명이 아니며 다른 질병을 고치듯이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젊고 건강하게 더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노화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

불교에서는 생로병사를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 할 고통이라고 했다. 현대에는 DNA 손상, 미토콘드리아 이상, 염색체를 보호하는 끝부분인 텔로미어(telomere)의 마모, 줄기세포의 소진 등 노화의 원인을 설명하는 연구들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원인을 없애면 노화를 늦추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저자는 이 같은 현상들이 노화의 징표(hallmark)에 불과하며 노화의 진정한 원인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화란 '정보의 상실'이다. 노화 이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후성유전체(epigenome)다. 후성유전체는 어느 유전자를 켜고 어느 유전자를 잠재우라고 세포에 알리는 제어 시스템과 세포 내 구조들을 총괄하는 말이다.

저자는 이를 피아니스트에 비유한다. 우리 유전체를 그랜드피아노라고 한다면 약 2만 개에 이르는 우리의 유전자는 각각이 하나의 건반이다. 각 건반은 하나의 음을 낸다. 똑같이 연주한다고 해도 제작사, 재료, 제작 환경에 따라 각 건반이 내는 소리는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연주 방식에 따라서도 소리는 달라진다. 이 건반을 무수한 방식으로 조합해 재즈, 록, 레게, 왈츠 등 다양한 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후성유전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로 밝혀진 바로는 유전자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10~25%에 불과하다. 즉, 우리 DNA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는다.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때 건반을 하나 잘못 누르면 처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빈도가 점점 늘면 연주는 엉망이 된다. 우리 몸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나면 '후성유전적 잡음(epigenetic noise)'이 된다. 이 혼란은 대체로 DNA가 끊기는 것과 같이 세포에 심한 손상이 일어남으로써 생긴다. 어느 유전자에 달라붙어 그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기능을 하던 '서투인(sirtuin)'이라는 효소를 비롯한 후성유전인자들은 이럴 때 DNA가 끊긴 자리로 가서 수선한 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해 엉뚱한 시간에 엉뚱한 곳의 유전자를 발현케 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이것이 바로 노화다.

DNA가 햇빛이나 X선에 손상될 때처럼 후성유전체에 과격한 조정이 이뤄질 때마다 세포의 정체성이 바뀌게 된다. 피부세포는 자궁에 있을 때 차단된 상태로 계속 유지돼야 할 유전자들을 켬으로써 90%는 피부세포지만 나머지는 뉴런과 콩팥세포와 같은 다른 세포들의 특성이 뒤섞인 '잡탕' 세포가 된다. 이러한 정보 상실이 바로 우리 모두를 심장병, 암, 통증, 쇠약, 죽음의 세계로 이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노화를 늦추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젊은 여성의 모습과 노화가 진행된 여성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노화의 원인을 제거하면 노화를 늦추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젊은 여성의 모습과 노화가 진행된 여성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적게 먹는 식습관, 노화 막아

노화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우선 건강이 유지될 만큼 적게 먹는 식습관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운동도 마찬가지로 몸에 스트레스를 가해 서투인과 같은 장수 조절 인자들을 활성화해 새 혈관을 생성하고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며 몸을 더 건강하게 하고 텔로미어 길이를 늘인다. 여기까지는 건강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지 않다.

저자가 이끌던 연구팀은 2017년 생쥐 실험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NAD라는 물질의 체내 농도를 증진한 결과 늙은 생쥐의 몸에서 새로운 모세혈관이 형성되고 노쇠의 가장 큰 원인인 후성유전체의 불안정성이 되돌려진 것을 발견했다. 약물로 운동 효과를 낼 수 있고 노화의 몇몇 측면을 되돌릴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 밖에도 과학자들은 다양한 항노화제와 우리 유전체에서 평균수명과 최대수명을 늘려주고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장수 유전자'를 22개 이상 찾아냈다.

저자는 의료 분야 혁신이 더욱 진전을 이룬다면 40대 중반에 노화가 나타난 사람이 한달간 약물을 투여해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들을 켜는 방법으로 몸이 점점 젊어져 25세로 돌아가는 일도 상상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장수 유전자, 장수 물질, 장수 기술을 모두 고려해 계산하면 우리는 113년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자신의 '공식적' 견해는 150년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62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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