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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의 News픽] '펑펑 운' 추미애 Vs. '고개 숙인' 신평, 그후?

신평 변호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 매일신문DB
신평 변호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 매일신문DB
석민 매일신문 디지털국 부국장
석민 매일신문 디지털국 부국장

언론의 '관음증(觀淫症, voyeurism)'이 "도를 넘었다"면서 비판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그 여성을 향해 '노출증'이 심각하다며 비난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번주에 그 여성이 이 글의 소재가 된 데에 그녀의 직접적 잘못은 없습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입니다. 부동산 정책에 까지 의견을 제시하며 안 그래도 '국토·법무장관'으로서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추 장관을 느닷없이 엉뚱하게 또 다시 언론에 소환한 사람은 신평 전 경북대 로스쿨 교수입니다.

먼저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추미애 장관이나 신평 전 교수(현 변호사)는 모두 대구 출신이며, 사법연수원 선후배 사이 입니다. 신평 전 교수는 사법연수원 13기이고, 추 장관은 한 기수 아래인 14기 입니다. 둘 다 판사를 지냈습니다. 나이는 신 변호사가 65세, 추 장관은 63세입니다.

비록 두 사람이 절친은 아니었더라도, 법원 내에서 이런저런 소문이 돌면 관심을 갖고 귀담아 두지 않을 수 없는 '별로 대수롭지는 않더라도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신평 전 교수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 않는자(unfit person)]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각 언론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문제의 대목은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Unfit(언핏)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은 아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그 주위에 있는 최강욱 의원 등이 아닌가 한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언론이나 신평 전 교수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 추 장관에 대한 언급을 다시 한 번 반복하겠습니다.

'…그(추 장관)는 1985년 초임지를 춘천지방법원으로 발령받았다. 그러자 이에 불만을 품고 대법원의 행정처로 당돌하게도 찾아왔다. 그리고 펑펑 울며 여성판사에게 지방발령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사법부에서 초임판사가 대법원에 와서, 더욱이 자신의 임지에 관한 불만을 하소연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법원행정처의 간부들은 대부분 추미애 판사의 이 행동에 격앙하였다. "어떻게 판사가 이럴 수가 있지?"하는 한탄을 간부들에게서 수차 들었다.…'

오늘날 추 장관의 모습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싹수(?)가 보였다는 취지로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물론 추 장관이 가만 있을 리 없었습니다. 추 장관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금일 모 언론에서 모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법무부장관이 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지방 근무가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찾아와 펑펑 울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였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허위사실에 의한 심각한 명예훼손입니다. 위 변호사에 대하여는 별도의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면서 반박했는데요.

사태가 생각지도 못하게 크게 확산하면서 신평 전 교수는 바로 다음날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립니다. '7월 28일자로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제 글이 뜻밖의 소란을 일으킨 데 대하여 반성한다. 이 글이 추미애 장관의 마음에 불가피하게 일으킬 상처를 좀 더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럼 '추미애 초임판사가 대법원에 찾아가서 펑펑 울었다'는 것이 지어난 이야기나 거짓이었을까요. 신평 전 교수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추 장관이 초임판사로 발령받기 전에는 여성판사가 모두 서울 초임지배정이라는 혜택을 받았는데, 본인에게서 그 혜택의 줄이 끊어졌으니 이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법원에의 인사항의는 당시 그것이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어서 제 기억에 깊이 각인됐었다.'

'대법원에서 펑펑 운 추미애 초임판사 이야기'는 사실무근이 아니라 사실유근지만, 이 이야기가 현재의 추미애 장관에게 미칠 영향을 미처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과의 뜻으로 이해 됩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이 '사실무근' vs. '사실유근'의 진실 공방을 법적으로 계속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펑펑 울며 항의한 사람'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대법원 관계자들'이나 당시로서는 심각했겠지만,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귀엽고(?) 깜찍(?)한 해프닝성 에피소드로 여겨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9일
29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왼쪽)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오른쪽)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그런데 추 장관의 에피소드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한국 검찰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인데요. 한동훈 검사장 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넘어뜨린 뒤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한동훈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로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검사 몸싸움이, 그것도 부장검사가 검사장을 상대로 벌였다는 사실 자체 만큼은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오늘 문 대통령 총감독, 추미애 법무장관 연출, 이성윤(서울중앙지검장) 각본의 검찰발 막장 드라마 한 편이 공연됐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검찰발 막장드라마의 실무총책이 추미애 장관이라는 점에 있어 의심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미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이 무리하게 강제수사에 나섰다가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배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우기는 추미애 장관이 있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습니다. 다만 이걸 인정하느냐, 아니면 이게 바로 검찰개혁이라면서 끝까지 우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또 다시 신평 전 교수의 페이스북 글이 새롭습니다. 비록 신평 전 교수가 추미애 장관의 '아픔'을 헤아려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그녀에게 전하고자 했던 '진심'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중간 대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소위 검언유착사건에 관하여 추 장관 본인이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견해에 혹시라도 기울어진 점이 없는지 헤아리는 지혜를 발휘해달라. 사건의 발생과 전개, 그리고 최근의 보도 등 전반적 과정을 더듬어보면, 한동훈 검사장측의 변명이 더욱 합리적으로 보이는 점이 없지 않다. 이 사건에서 한 검사장이 누명을 뒤집어쓰고 형사처벌의 과정을 밟는다면, 이는 한국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신뢰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될 것이다.…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은 딴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제발 이제라도 뒤떨어진 사법제도의 질곡에 묶여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 발분의 마음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어쩌면 신평 전 교수의 말이 국민의 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허공을 맴돌고만 있는 반응 없는 메아리 같은 그 '국민의 소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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