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칼럼] 생각이 유연한 투자자가 되어보자

서창호 DGB대구은행 본점PB센터 PB팀장
서창호 DGB대구은행 본점PB센터 PB팀장

몸이 유연하면 무슨 운동이든 잘할 확률이 높듯이 투자에 있어서는 생각이 유연하면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부분 사람들이 한쪽 방향만을 바라볼 때 다른 쪽도 볼 줄 아는 유연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요즘은 언택트, 인공지능, 2차전지 등이 투자시장에서 자주 언급된다. 많은 투자자가 머지않아 우리 일상생활에 펼쳐질 미래라고 확신하고 투자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미래의 모습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반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즉,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언젠가는 오겠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수도 있고, 예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올 수도 있다.

투자자의 생각이 유연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나 투자전문가의 예측이 맞을 때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틀렸던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전문가의 생각을 의심 없이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이미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생각이 합리적이고 당연한 상식이라고 믿지만 사실 그 '상식'이란 것은 각종 매체나 다른 사람들의 설득력 있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상식으로 굳어졌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현실은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생각해보자.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안전하고 편리한 가상화폐는 미래의 훌륭한 결제수단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어느 순간 당연한 미래상으로 굳어지면서 투자금이 몰리며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상화폐의 가격은 폭락하고 말았다.

2000년 닷컴버블 사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대중화가 우리의 생활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수많은 IT 관련 벤처 기업들의 주가는 단기간에 폭등했다. 하지만 투자의 쏠림과 함께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얼마 후 대부분 투자자의 예상과는 달리 수많은 벤처기업이 파산하고 주가도 폭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에 예측했던 미래의 모습 대부분은 이제 현실이 돼 있다. 하지만 그때 열광하며 투자했던 회사들은 안타깝지만 대부분 거래소에서 사라졌다.

우리가 생각하는 언택트, 인공지능, 전기차 시대는 미래의 모습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지만 그 시기가 미뤄질 수도 있고, 먼 미래의 가치를 미리 반영해서 지금의 주가가 너무 높게 거래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언택트보다 컨택트,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투자를 할 때 합리적으로 미래를 예상하고 장기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투자방식이다. 하지만 미래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유연한 생각으로 투자한다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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