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지난달 22번째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투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과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처분을 압박하기 위한 퇴로 없는 전방위적 세금 인상 등과 같은 수요 억제 정책에 치중해 왔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상에 대한 이해와 정확한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공급은 충분하나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때문에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정부의 주택 시장 진단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주택 보급률과 주택 공급 목표(기준)는 상이한 개념이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전국 104.2%, 서울 95.9%, 수도권 99.0%, 대구 104.0%로,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소유 형태별로 보면 자가 보유율은 서울 42.7%, 경기 53.5%, 대구 59.8%로, 다주택자는 주택 재고량의 약 50%를 투기적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다주택자가 여러 채의 주택을 매점매석식으로 보유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택 보급률(총가구수를 총주택수로 나눈 값)에 적용된 총주택수에는 노후불량주택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총주택의 7.2%인 17만6천 호가 40년을 경과한 노후주택이다. 특히 단독주택의 25.6%인 10만1천683호는 경과 연도가 40년을 초과한 노후주택에 해당한다. 대구시의 경우 총주택의 8.03%인 5만3천185호가 40년이 지난 노후주택이고, 단독주택의 26.7%인 4만2천662호는 40년이 경과된 노후주택이다.
노후주택은 주거 서비스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불량주택이다. 현실적으로 노후주택에는 경제적 형편상 어쩔 수 없이 거주하는 영세한 포로 거주자(Captive User)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노후주택은 20, 30대 젊은 수요층 및 실수요자들이 거주를 꺼리는 단독주택에 집중돼 있다.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고 시장 수요자들이 외면(기피)하는 노후불량주택은 주택 공급을 위한 목표량(주택 공급 기준)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40년 이상 경과된 노후주택을 제외한 대구시의 주택 보급률은 98.9%로, 공실률 및 멸실률을 감안한 적정 주택 보급률 102.0%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주택의 양적 및 질적 기준에서 현재 대구 주택 시장은 적어도 과잉 공급된 상태는 아니다.
자동차와 주택은 물리적 수명까지 사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경제적 수명까지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제재다. 운행 가능한 노후 차를 새 차로 바꾸는 것이 유지관리비 측면에서 비용이 절감된다면 대다수 소비자는 노후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게 된다.
주택 역시 안전진단을 통해 물리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간까지 강제적으로 거주하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재개발 혹은 재건축을 통해 보다 높은 사용 가치(임대료)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부동산으로 변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20, 30대 세대)가 주택 시장의 핵심 수요 계층으로 진입함에 따라 주택 수요는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결혼 지연 및 기피 현상으로 인해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는 양적·질적으로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신혼부부 대다수는 맞벌이하기 때문에 외곽의 신도시보다는 교통과 편의시설 접근성이 양호한 역세권 주택을 선호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로 도시의 아파트에서 태어나 도시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도시환경적 유전자와 연어처럼 도시 귀소본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단독주택보다 아파트, 중대형 아파트보다 소형 아파트, 구축 아파트보다 신축 아파트, 신도시보다 기존 도시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처럼 변화된 핵심 수요 계층의 주거 욕구를 기존에 공급된 재고 주택이나 신도시 개발로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그들의 눈높이와 선호도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변화돼야 한다.
이제 주택 공급 정책은 개발 시대의 양적 공급 정책에서 탈피해 수요의 다양성과 새로운 주거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요 지향적·질적 공급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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