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상으로 보는 독일문화>라는 여름계절학기를 종강했다. 꽤 오래 이 강의를 담당해온 필자는 독일이 국가균형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된 역사적 배경을 특별히 강조하는 편이다. 이번에 이 문제에 학생들의 관심이 유독 크다고 느꼈는데, 느닷없는 집권여당의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계획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매일신문 사설(7월 27일자)은 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차원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를 "정부·여당이 뚝심 있게 추진하"라고 썼다. 진영을 초월한 정론지의 직필이었다. 왜 우리 정치권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 대전충남특별자치도 식으로 지역을 권역별로 묶어 입법·재정·인사·조직 권한을 부여하는 분권화 전략"(한겨레 7월 27일, 김형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대표) 같은 국가개조론에 버금가는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가?
분산과 분권 반대 단골 메뉴인 '국가경영 효율성 저하'라는 것만 해도 그렇다. 사실이 그렇지 않음을, 오히려 그 반대임은 지방분권 모범국 독일이 증명한다. 기본적으로 독일인들은 '흩어져' 산다. 8천372만 명의 유럽 최대 인구국 독일 제1의 도시인 수도 베를린은 고작 340만 명에 불과하다. 베를린에 국회, 총리관저, 재무부 등 주요 국가기관이 있으나, 헌법재판소, 중앙은행, 금융감독청 등 많은 정부기관들은 여러 지방도시에 흩어져 있다. 메이저급 신문·방송사, 대기업의 본사도 수도에 있지 않다. 대표적인 독일 주가지수 '닥스30'의 30대 상장기업 본사와 전체 기업의 99.7%를 차지하는 중소(강소)기업들 역시 수많은 지방 (중)소도시에 자리 잡아 독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고속도로(아우토반)를 보면 흩어져 사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독일 고속도로망은 방사형이 아니라 격자형으로 짜여 있어 국가의 중심이 지방도시 곳곳에 분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독일에서 분산과 분권은 바늘과 실이다. 분권 없는 분산, 분산 없는 분권은 있을 수 없다. 국가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국민은 모두 균등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컨센서스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재정균형제도'인데, 각 주의 경제력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일종의 안전판이라 할 수 있다.
교환교수 등의 일로 독일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생활도 해 보았지만, 필자는 매번 독일의 '감동적인(!)' 국토균형발전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필자는 독일 갈 때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못 살까' 라고 고민에 잠기는 대책 없는 애국자가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 여름계절학기에서 학생들과 비대면 수업을 하다 애국병이 또 도졌다. 아무리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어도, 5천178만 국민 중 2천596만(2020.7.1. 기준)이 수도권에, 1천만 명이 서울에 몰려 사는 이 나라가 과연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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