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최소 73명이 숨지고 3천7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오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큰 폭발이 두 차례 있었다고 레바논 언론 '데일리스타'와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 폭발로 항구 주변 상공은 거대한 검은 연기에 뒤덮이고 많은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다. 베이루트 건물들의 유리창이 깨졌으며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레바논에서 약 240㎞ 떨어진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에서도 폭발 소리가 들렸다고 키프로스 매체들이 전했다.
폭발 원인은 어떤 공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폭발물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은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레바논 NNA통신은 베이루트 항구에 폭발물 저장창고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루트 항구의 한 근로자는 폭발이 폭죽과 같은 작은 폭발물에서 시작한 뒤 커졌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유포된 동영상을 보면 항구의 한 창고에서 불이 나 여기서 뿜어져 나온 연기 사이로 마치 폭죽이 터지듯 섬광이 번쩍였다.
현지 보도와 SNS로 전달된 사진, 동영상에는 단 몇 초 만에 초토화된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의 모습이 담겼다. 충격파와 열파 탓에 타버린 자동차는 뒤집혔고 붕괴한 건물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초강력 충격파에 10㎞ 거리에 있는 건물의 유리창까지 박살이 났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요르단 지진관측소는 이날 폭발이 규모 4.5의 지진과 맞먹는다고 추정했다.
베이루트 항구 근처에 산다는 얀 초에이리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포칼립스(세상의 종말) 같았다. 나는 목숨을 간신히 건졌지만 다른 사람의 생사는 지금 알 길이 없다. 사방이 피투성이다"라고 적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베이루트 시내의 세인트조지 병원이 손해를 입어 전기가 끊겼으며 주차장에서 몰려드는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폭발의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질소 산화물이 섞인 유독 가스가 퍼지고 있어 어린이와 노약자는 베이루트를 탈출해야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루트 시장은 스카이뉴스 아라비아 채널과 생방송 인터뷰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폭발 같았다.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편 미국 당국은 베이루트에서의 대규모 폭발에 대해 그 원인 등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가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고 잘 살펴보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폭발의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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