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을 합창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임대차 3법'의 국회 처리 뒤 여론의 뭇매를 맞자 '전세에서 월세 전환 최소화' 방안 마련에 나서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 부동산 세율 인상을 골자로 한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하루만인 5일 당정이 집값 때리기에 보조를 맞춰 가뜩이나 불안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여론이 높다.
먼저 졸속 처리한 법안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후속 대책 마련에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형 중과세에 대해선 이들의 퇴로를 막아 부동산 공급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총선 기준 2주택 이상 보유한 민주당 의원이 40명인 가운데 처분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면서도 이전 정부 탓, 언론 탓은 여전했다.
◆집 없는 서민 전·월세 어쩌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임대인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월세 임대 시장의 선제적인 대응을 강조한 뒤 "현재 전월세 전환율을 저금리 상황에 맞게 낮추는 등 탄력적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의지가 이번만큼은 남다르다는 것을 시장에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와 언론을 겨냥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에서 공급한 23만호 중 77%가 다주택자에게 돌아간 투기적 공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한 가짜뉴스, 왜곡보도가 난무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은 없다는 뉘앙스로 서민 눈높이나 감정선과는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날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전월세 전환율을 낮출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김 장관은 "3.5%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 비하면 과하다고 생각해 이를 낮출 생각"이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절한 비율을 정부가 정한 것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기준금리+3.5%'로 되어 있다. 현 기준금리가 0.5%라 전월세 전환율은 여기에 더한 4.0%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윤준병 의원)이라는 소신이 당내 부동산 임대정책에 대한 일반적 기조로 받아들여진 가운데 당 지도부와 주무 장관이 하루만에 말을 바꾸자 당장 전세 임차인을 중심으로 "어느 장단에 춤을 추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가 지나친 가운데 정책이 갈팡질팡하면 부동산임대 시장에서 전세뿐 아니라 월세매물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악순환을 우려했다.
◆다주택자 때리기 시장 악영향
부동산 관련 입법이 마무리되기 무섭게 이른바 '강남 부자', 다주택자 때려잡기에 나선 것을 놓고도 우려가 적지 않다.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불가피하더라도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완급과 우선순위를 고려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다주택 소유로 부동산 투기 소득을 올리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투기 목적의 다주택 소유는 그에 상응하는 세제로 모든 투기 소득이 환수되도록 하겠다"며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처분하는 것이 이익이 될 거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 대표는 그러나 "민주당은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아닌 실거주 대상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면서도 당내 다주택자에 대한 처리 방침에 대해선 침묵했다.
정부도 이날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매 자금출처 의심거래는 상시조사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표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공급이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불법거래, 다주택자들의 투기 등을 근절시키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 안정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 거래 조사에 따르면, 1인 법인·외국인·갭 투자자의 다주택 취득, 업·다운 계약서 작성, 무주택자 명의를 이용한 대리청약 등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홍 부 총리는 "이 같은 교란행위들은 추격 매수를 야기해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속도감 있게 후속 부동산 입법, 공급 대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22차례나 쏟아낸 부동산 대책이 역효과와 부작용을 불러 일으킨 가운데 투기 차단을 앞순위에 두기보다 지방자치단체와의 이견을 조율하는 등 공급 대책의 정교성을 더 가다듬는 정책적 판단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는 내놓는 부동산 대책마다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편 가르기로 나라를 두 갈래로 분열시키고 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시장의 냉소도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고민을 거친 깊고 곧은 대책을 내놓아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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