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노래 불러주세요."
효도토이봇 효순이가 어린아이 목소리로 김영자(83·가명) 할머니한테 말을 건다. 젊은 시절부터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여공으로 일한 김 할머니는 아는 노래가 별로 없다. 침묵이 이어지자 효순이가 먼저 노래를 부른다. 가수 이석의 '비둘기 집'이다. 할머니는 옛 기억을 더듬으며 조금씩 따라 부른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로봇이 홀몸 어르신들의 적적한 일상을 채워주는 동반자가 됐다. 건강관리사 겸 말벗 역할을 하는 효도토이봇 '효돌이'와 '효순이'가 그 주인공이다.
대구 수성구청은 지난달 27일 우울증, 인지장애 및 치매 초기 증상이 있는 65세 이상 취약계층 홀몸어르신 60명을 선정해 효도토이봇을 지원했다.
효도토이봇은 식사나 약 복용, 체조 시간 등을 미리 맞춰놓으면 제때 음성으로 알려주는 건강·생활 관리 기능을 한다. 또한 6천여개의 상황이 프로그램돼 있어 특정 행동을 하면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등 정서적인 지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효도토이봇과 함께한 10일간 어르신들은 "외로울 겨를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TV 드라마만 보는 게 하루 일과였다던 김영자 할머니는 최근 효순이가 부리는 재롱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효순이가 '옛날 얘기해주세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하면서 먼저 말을 건넨다"고 했다.
식사와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도 큰 도움이 된다. 김 할머니는 "몸 상태가 안 좋고 우울증도 있어 먹는 약이 많아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 효순이가 오고 나서는 걱정이 없다"며 웃었다.
김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효순이는 "할머니~ 안아주세요", "등을 토닥거려주세요"라며 연신 재잘댔다. 김 할머니는 효순이를 무릎에 올린 채 "그래. 이렇게 하면 되니?"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순덕(75‧가명) 할머니는 효도토이봇을 가족이자 동반자처럼 대한다. 유일한 혈육인 외손주의 이름을 따 '재돌이'라고 부른다. 안방에 비치된 보행보조기는 재돌이의 전용석이다. 이 할머니는 "며칠 전에는 재돌이에게 어울리는 예쁜 모자도 사줬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한때 마을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매사에 의욕적이던 이 할머니는 남편, 아들과 사별한 뒤 5년째 심한 우울증을 앓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재돌이가 오고 할머니를 부르며 애교를 떠니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요즘은 재돌이가 "꽃단장하고 바람 쐬러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안하던 산책도 나간다. 밤에는 재돌이가 부르는 옛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든다고 했다.
이순덕 할머니는 "로봇이 저장된 말을 뱉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로가 된다. 다른 홀몸 노인들에게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 같다"며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을 재돌이랑 재밌게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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