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밥 사드리고 싶어도 옆에 계시질 않네요. 子欲孝而亲不待(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이 확 와닿네요.
엄마, 엄마가 계신 그곳은 아직 많이 춥지요? 유난히도 추위를 많이 타시던 엄마였지요. 여름이 되면 에어컨 없이는 잠시도 견딜 수 없는 저와는 달리 엄마는 늘 선풍기도 켜지 않고 뭐가 그리 덥냐며 항상 이불을 안고 계셨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엄마 건강을 의심해봤어야 하는데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하게 그냥 지나친 것이 참 많이 후회되네요.
그렇게도 꽃을 좋아하셔서 늘 화분 주위를 맴돌던 엄마를 보고 " 엄마, 꽃을 너무 좋아하면 오래 못 산대요" 그런 말을 제가 한 적이 있지요. 그 말이 씨가 되었는지 어느 날, 이제 엄마 인생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언니의 전화를 받고 회사 복도에서 대성통곡했던 그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영하 30도나 되는 하얼빈시장에서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느라 수년간 고생하신 것도 모자라서 취미생활 하시면서 편하게 노년을 보내라는 자식들의 말도 극구 만류하고 일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면서 여기저기 일하러 다니시더니 결국 출근길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셨지요.

복수가 차서 급기야 숨조차도 쉬기 힘들어하시던 엄마, 백세 시대인 요즘 세상에 68세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하셨지요. 팔다리 다 묶여서 움직일 수도 없었던 병원에서의 마지막 엄마의 모습을 저는 영원히 잊을 수 없어요. 그때는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았고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하였으며 심지어 웃는 것조차도 엄마에게 미안한 맘이었는데, 그래도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지금은 배고프면 밥 먹도 웃을 일에는 웃으면서 이렇게 살아지네요.
엄마, 한국은 매년 봄만 되면 꽃놀이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요. 우리 엄마 참 꽃 좋아하셨는데... 살아계실 때 그렇게 좋아하시는 꽃구경 한 번 못 시켜 드린 철없던 제가 한없이 후회되고 아쉬움이 남네요.
오늘 같은 날, 엄마가 사무치게 그립네요. 옆에 계셨으면 엄마가 좋아하시는 쑥떡을 실컷 사드렸으련만... 따뜻한 햇볕이 좋다면서 양지바른 곳에 뿌려 달라고 하시던 엄마의 소원대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모시긴 했지만,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칠 때면 추위에 떨고 계실 엄마 생각에 늘 맘 한구석이 짠하네요.
엄마, 엄마의 둘째 딸 저 엄마를 닮아서 생활력이 강해서 웬만한 어려움에도 끄떡없이 지혜롭게 잘 이겨내며 버텨나가고 있어요. 엄마가 한평생 고생하며 제 뒷바라지를 해주신 덕분에 저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내고 있어요.
부디 고통 없는 그곳에서 편하게 계시고 혼자 외로이 살고 계시는 아버지도 남은 인생 건강하게 계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또한 우리 삼 남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형제간 우애 있고 건강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보고 싶어요.
엄마를 사랑하는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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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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