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8일(현지시간) 폭발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230여명이 다쳤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시위대 수천 명은 이날 베이루트 도심 순교자광장 등에 모여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날을 '복수의 토요일'로 정하고 폭발 피해자들을 위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쳤으며 정부를 겨냥해 '물러가라, 당신들은 모두 살인자'라는 팻말을 들었다.
일부 시위대는 미셸 아운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우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에 올가미를 거는 장면도 연출됐다.

시위 참가자 샤르벨(25)은 데일리스타에 "우리는 전체 (기득권) 시스템이 붕괴할 때까지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수 시간 동안 외무부, 에너지부, 경제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 건물을 점거했다.
또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일부는 의회 건물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가스 및 고무탄을 쏘면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데일리스타는 보안 소식통들을 인용해 경찰 1명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한 호텔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적십자는 시위대 및 경찰이 최소 238명 다쳤다고 전했다.
폭발 참사를 둘러싼 정부의 무능과 정치인들의 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거칠게 표출된 것이다.
앞서 이틀 전인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도 수백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베이루트 폭발 참사는 대규모 질산암모늄을 방치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레바논 당국은 항구 창고에 6년 동안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정부 시위로 유혈사태까지 벌어진 가운데 디아브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10일 의회 선거를 조기에 치르자고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는 2018년 5월 총선이 9년 만에 실시됐으며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 그 동맹이 전체 128석 중 과반 의석을 차지해 승리했다.
총선이 다시 실시될 경우 경제 위기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 헤즈볼라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레바논의 기독교계 정당 카타이브당 소속 의원 3명이 폭발 참사와 관련해 8일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현재까지 폭발 참사와 관련해 사퇴를 발표한 의원은 모두 5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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