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소국 벨라루스를 26년 동안 통치해온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5)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6연임을 위한 대선에서 승리해 또다시 5년간의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대선 출구 조사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79.7%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으며 최대 경쟁자로 꼽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는 6.8%를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은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이 행정력을 동원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운동을 펼치고,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하는 등의 불법·편법 선거를 했다고 주장,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일부 도시들에선 루카셴코 대통령 압승 결과에 반발한 야권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민스크 시내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대선 결과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으며 진압에 나선 폭동진압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불꽃 놀이기구를 경찰을 향해 던졌고 경찰은 이에 맞서 섬광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란 별명을 가진 루카셴코 대통령은 인구 1천만명이 채 안 되는 벨라루스를 사반세기 동안 다스리며 자유 언론과 야권을 탄압하고 약 80%의 산업을 국가 통제하에 두는 등 옛 소련 스타일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계속해 왔다.
소련 시절 집단농장 농장주 출신의 루카셴코는 구소련 붕괴 후 독립한 벨라루스의 반부패 운동가로 이름을 떨치면서 1994년 치러진 첫 자유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이후 정치를 안정시키고 빠른 경제 성장을 이끄는 등 성과를 냈지만 정보기관인 벨라루스 KGB를 이용해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축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30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길을 닦았지만, 야권의 반발 속에 앞날에 근년들어 악화한 러시아와의 갈등, 코로나19 등으로 침체한 경제 문제 등 숱한 과제가 놓여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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