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정부 손에 쥐여준 취수원 해법

대구시가 3일 대구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으로 해평취수장 또는 임하댐 중 한 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최종 선정 지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미 해평취수장(왼쪽)과 안동 임하댐 전경. 구미시·안동시 제공
대구시가 3일 대구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으로 해평취수장 또는 임하댐 중 한 곳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최종 선정 지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미 해평취수장(왼쪽)과 안동 임하댐 전경. 구미시·안동시 제공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지난 4월 중순, 뉴욕타임스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도는 메콩강 사태를 집중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젖줄인 메콩강 유역의 심각한 물 부족 상황과 국제분쟁을 다룬 것이다. 신문은 사태의 이면에 도사린 중국의 수자원 무기화 등 패권 야욕을 들춰 내고 중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메콩강 사태는 모두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수자원 개발을 이유로 메콩강 상류 지역에 많은 댐을 짓는 등 물 독점을 노골화했다. 메콩강 상류인 란창강에 11개의 댐을 건설한 것도 모자라 8개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중국의 물 독점이 몰고 온 파장은 컸다. 메콩강의 흐름이 막히자 하류 지역 쌀 수확량과 어획량은 급감했고 역내 국가 간 갈등은 거꾸로 폭증했다.

메콩강은 중국을 포함해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 나라 4천880㎞에 걸친 공동의 자산이다. 메콩강 유역 주변의 인구만도 6천만 명이 넘는다. 중국과 미얀마 동부 국경에 이르러 '메'(어머니) '콩'(강)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메콩강에 대한 동남아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풍부한 수량과 식량, 일자리 등을 안겨준 '어머니의 강'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2002년 착공해 8년 만에 완공한 샤오완댐은 동남아시아 각 나라의 저수 시설 용량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메콩강 유역의 물 부족은 단지 100년 만의 가뭄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기후학자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위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위성이 관찰한 란창강의 수량은 평소와 같은데도 중국이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길을 사이에 둔 다툼은 메콩강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대구와 구미는 취수원 이전을 두고 계속 등을 돌리고 있고, 경남도와 거창군은 황강 취수원 선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운문댐 물 공급을 바라는 울산과 이에 난색인 경북도의 입장도 계속 평행선이다.

취수원 해법을 두고 갈팡질팡해 온 환경부는 최근 취수원 다변화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구미경실련도 대구취수원의 구미 이전에 있어 가변식 다변화 방안을 제안했다.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 보겠다는 시도이나 구미와 안동, 거창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여전히 수자원의 공유라는 접근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부산 지역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 6월 발의한 '낙동강 수계 물관리 및 주민 지원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눈에 띈다. 취수원을 제공한 지역에 지원의 길을 열자는 취지다. 취수원을 제공하는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을 제도화한다면 문제 해결이 한결 빨라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낙동강수계관리기금 지출 금액 2천699억원 중 주민 지원에 고작 234억원(8.7%)이 쓰인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환경부도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물이용부담금 인상이나 수혜 지자체의 상생기금을 통한 보상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 자체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해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작가 브라이언 아일러는 '위대한 메콩 최후의 날들'이라는 책에서 "물을 특정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중국 권력 엘리트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취수원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우리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물은 함께 공유하는 공공의 자산인 동시에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이다. 계산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지역사회의 대립과 주민 갈등만 키울 게 아니라 국가가 해법 도출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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