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의료진들이 야생 진드기로부터 전파되는 치명적 질병에 무더기로 감염되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고위험 전염병이 의료진 8명에게 전파됐는데도 병원 측은 이 사실을 상당 기간 인지하지 못했다. 온 나라가 코로나19와 총력전을 벌이는 비상 상황인데 병원 내 감염 관리에 또 하나의 큰 구멍이 뚫린 것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북대병원 의료진 8명에게 전파된 질병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야생 진드기에 물린 사람이 감염된다. 고열과 구토, 설사, 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치사율이 무려 10~40%나 된다. 게다가 이 질병은 혈액, 침 등을 통한 사람 사이 전파도 이뤄질 수 있어서 감염자 내원 시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데, 경북대병원은 4일 뒤 해당 응급환자가 숨지고 나서야 사인(死因)이 SFTS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응급환자 치료를 담당한 의료진들이 잇따라 SFTS 의심 증상을 보이면서 병원과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지만 이미 SFTS 감염 응급환자가 병원에 실려온 지 보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의료진 및 환자 추가 감염 사태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병원 측의 대응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SFTS가 환자의 혈액이나 타액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기에 망정이지, 호흡기 또는 비말로 전파되는 다른 전염병이었다면 자칫 큰 사달이 날 뻔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절감했듯이 감염병으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내 감염 관리에 실패할 경우 병원은 바이러스·세균 배양소가 돼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촌각으로 다투는 심폐소생술 시술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등 그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의료진 보호에 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SFTS에 감염된 의료진 치료에 만전을 기하되, 재발 방지책도 함께 강구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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