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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문화예술 백화점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조수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 큐레이터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전시장은 세부 생활수칙을 준수하여 온라인 예매,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여파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겨 힘들었다는 어느 화랑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 흥미진진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그것은 한 건물 안에 여러 매장이 입점해 있는 백화점처럼, 화랑도 한곳에 모여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선보이는 '문화예술 백화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상상한 '문화예술 백화점'에는 팝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A화랑, 우리나라의 멋, 한국화 작품을 선보이는 B화랑,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이는 C화랑 등 여러 개의 화랑들이 매장에 입점한다. 이렇게 되면 저마다 특색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각 매장에 입점한 화랑들이 추구하는 컨셉트는 인테리어에서도 차별을 드러낼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닥에 잔디를 깔고 그 위에 나무를 놓고 천장에 그네를 매다는 등 마치 도심 속 숲처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될 수도 있다.

각 화랑에서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때는 오프닝 파티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시 작가와의 만남과 음악·무용·공연의 협업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히 문화예술을 총망라한 다채로운 볼거리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행사인 아트페어의 일회적인 아쉬움도 사라질 수 있다. 아트페어의 부스가 곧 매장처럼 입점해 있는 화랑의 공간이니 말이다. 또 다른 층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업실도 마련되어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도 갖춰진다.

이외에도 건물의 여러 공간을 활용하여 관람객을 위한 전시·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프리마켓, 미술사 강의, 체험 활동 등 문화예술의 기회를 선사하는 매장도 있을 것이다.

건물 곳곳에는 카페테리아나 아트도서관 등의 휴식 공간과 백화점처럼 의식주에 관련된 상품을 진열한 매장도 있을 수 있다. 일반적인 백화점에는 의식주에 관련된 매장이 주를 이루고, 각종 이벤트와 문화예술·휴식 공간이 부차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필자가 상상한 '문화예술 백화점'은 문화예술이 주를 이룬다.

파리의 퐁피두센터 같은 복합 문화 공간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리고 아트페어는 여러 개의 화랑이 한곳에 모인다는 큰 특징이 있지만 일회성이다. 이렇듯 지금의 복합 문화 공간에서의 부족한 점들이 보완된 '문화예술 백화점'은, 미래의 문화 공간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이 가장 필요할 것이고, 이의 전문가는 대중들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뒷받침하여 이러한 공간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탄생된 '문화예술 백화점'은 한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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