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말기에 경북 청송군에서 기독교 장로교 교단 전도사, 신도 등이 신사 참배, 동방요배(東方遙拜·일왕이 있는 동쪽을 향해 90도 허리를 굽혀 절하는 것)를 거부하고 일본 패망을 예언하며 '시온산제국'을 선포하고 불렀던 '새 노래' 악보집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시온산 예수교 장로회 경주교회 박건한 담임목사와 하양무학로교회 조원경 목사는 13일 자신들이 소장해온 '새 노래' 악보집을 공개했다. 새 노래란 이름은 요한계시록 14장 3절에서 유래했다.
조 목사의 새노래 악보집 3권에는 모두 464곡, 박 목사의 악보집에는 70여 곡이 수록돼 있다. 찬양가 등의 곡에 성경을 인용해 가사를 개사해 만들거나 누군가 새롭게 작곡한 곡들도 있다. 조 목사는 "일제 말기 사탄 용의 나라인 일본을 타도하는 방법의 하나로 천년왕국인 시온산제국을 건국해 다스린다는 종말론적 사상과 일본은 패망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의 가사를 담은 찬양곡을 수록한 악보"라고 설명했다.
시온산제국 공동체에서 만들어 불렀던 새 노래는 700여 곡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 목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적으로 지목해 신앙공동체를 만들고 일본 패망 예언 및 패전을 기뻐하는 내용으로 찬양곡을 만들어 불렀다는 점은 항일운동사의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온산제국을 건국한 박동기(1907∼1991년) 목사의 넷째 아들인 박 목사는 "시온산 건국공동체는 신사 참배, 동방요배를 '나 이외 다른 신은 섬기지 말라'는 기독교 핵심교리를 저버린 행위로 보고 조직적으로 거부했다"며 "새 노래 악보집에는 이 공동체의 신앙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시온산제국 사건이란
일제강점기에 청송군 현서면 수락마을 출신 박동기(1907∼1991년) 전도사를 중심으로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일제의 신사 참배, 동방요배 강요를 조직적으로 거부하고, 1944년 4월 25일 신도들을 규합해 '시온산제국' 건국을 선포한 사건이다. 이들은 국기와 국가도 만들어 공포하고 600여 명의 관리를 임명, 연합군의 상륙 환영을 준비하다가 1945년 5월 21일 경상북도 경찰부에 발각돼 지도자 33명이 체포됐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