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람석] '사회인 야구' 없는 대구시민야구장

티볼協 '시교육감배 대회' 위해 내달 주말 예약 8일 모두 싹쓸이
강은희 교육감 나서 바로 잡아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매일신문 DB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매일신문 DB

대구시민야구장은 대구 사회인야구인 2만5천여 명의 간절한 염원과 노력으로 허물어지지 않았다.

대구시는 애초 시민야구장을 허물고 복합문화공간을 건립하자는 대구 북구청과 지역 정치인들의 거센 주장에 동조했다.

이에 사회인야구인들의 조직인 대구시야구연합회는 시민야구장이 대구 야구 역사의 성지인 점과 사회인야구 인프라 부족 등을 내세워 대구시를 설득했고, 대구시는 고성동 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약속을 깨고 시민야구장을 없애지 않기로 했다. 이런 사실은 최종 결정권자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구도' 대구를 빛낸 대구시민야구장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등장으로 이제 사회인야구장으로 불린다. 담장을 허물어 새로 단장한 시민야구장은 야간 경기가 가능한 훌륭한 경기장으로 대구 자랑거리이며 인근 주민들의 휴식, 산책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곳의 9월 주말 예약을 대구시티볼협회가 싹쓸이했다고 한다. 4주 주말 양일 8일을 모두 예약했다는 것이다. 티볼협회는 대구시교육감배 티볼 대회를 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상식과 객관적인 상황에서 가능할까. 우리나라 체육계가 지도자·임원의 각종 '갑질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지자체와 교육청 등 공직 사회의 갑질도 이에 못지않다.

티볼협회의 예약을 확정한 대구시체육시설관리사무소는 대구시 직할 부서이다. 시설관리사무소는 피해 당사자인 대구시야구협회에 한 차례도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회인야구인들에게 시민야구장은 한 번이라도 뛰어보고 싶은 로망과 같은 곳이다. 사회인야구팀은 잘 해야 1년에 한 두 차례 이곳을 예약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대구시교육감 타이틀이 걸린 대회가 아니면 이렇게 무리해서 대회를 할 이유가 있을까. 티볼협회의 로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대구에서만 100개 이상의 각종 스포츠 대회가 취소됐는데 대구시교육청은 왜 티볼대회를 열려고 할까.

오래 전부터 체육계에선 대구시교육감 타이틀이 걸린 대회를 개최하는 걸 '하늘의 별 따기'로 여겼다. 담당 교사에게 나름 특전이 돌아갔기에 종목마다 교육감기나 교육감배 대회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간 큰 결정을 한 대구시체육시설관리사무소가 이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고 대구시교육청을 이끄는 강은희 교육감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 시국에 유독 티볼대회만 해야 할 이유가 없고 그것도 시민야구장에서는 안 된다.

대구시교육청은 티볼대회를 할 수 있는 야구장 12개를 직접 소유하고 있다. 고교 3곳, 중학교 4곳, 초등학교 5곳에 야구장이 있다. 여기에 대구시와 구·군이 소유한 리틀야구장 10여 곳도 있다.

더 아쉬운 점은 대구시교육청이 학교 야구장 4곳을 매년 입찰로 사회인야구인들에게 사용권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1억원을 넘었던 야구장 한 곳 사용료는 올해 7천만원 정도다.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사회인야구인들을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대구시교육청이 시민야구장마저 대구시를 앞세워 우선 사용하려는 태도는 한참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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